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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삼성전자의 예사롭지 않은 '프린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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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 수원 공장 견학에서 자그마한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디지털미디어(DM) 사업부의 주력상품인 TV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이번에는 기자들에게 프린터 개발 연구실을 공개한 것이다.

프린터 연구실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디지털연구소 37층에 위치해 있다. 디지털 도어를 열고 일반 사무실과 다름없는 영업부를 지나자 프린터 부품과 카트리지 상자가 가득 쌓여 있는 연구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프린터 연구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벤처기업을 연상케하는 모습에 기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주력 프린터 기종을 테이블에 설치하고 성능 테스트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최근에 디자인을 살려 선보인 흑백 레이저 프린터 '스완'과 복합기 '로간'이 그 주인공이었다.

스완과 로간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신화를 창조한 '보르도 TV'에 쓰인 '블랙 하이그로시' 외장을 그대로 채용한 유려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기능은 쓰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은 프리미엄급으로' 를 표방했다, 하지만 예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을 켜고 첫 장을 출력하는 속도가 같은 사양 경쟁사 제품의 절반 수준인 15초에 불과하다. 레이저 프린터에 필수인 예열을 빠르게 하기 위해 램프를 두 개 넣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프린터 사업을 먼저 시작한 타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는 솔직함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이런 변화는 최근 지목한 신성장동력 중 프린터가 최우선상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프린터 시장은 단일 품목으로는 휴대폰보다 규모가 큰 시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다음 세대 주력 상품으로 프린터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의 실적은 생각만큼 좋은 편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프린터가 1위, 복합기는 2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실속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소비자 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최근 기업용 프린터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 업체들의 영업망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린터 업계에서도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우식 부사장 역시 지난 2분기, 3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아직까지는 이익을 별로 못 본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한 연구진은 "제품력은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자신하면서도 "기업용 프린터 라인업은 다 갖춰져 있지만 제품이 팔리질 않는다"며 푸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삼성 SDS와 프린팅 솔루션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바로 기업용 프린터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게다가 삼성SDS와의 제휴를 통해 프린팅 솔루션을 각 고객사에 제공,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으니 삼성전자 입장에선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프린터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기존 업체들을 당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프린터 업체들은 출력 성능 뿐 아니라 출력 및 소모품 관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솔루션을 갖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기기 중심에서 솔루션으로 변화하는 최근의 추세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솔루션 중심 시장에서는 성능이 아니라 기존에 어떤 업체를 선택했느냐 하는 관성이 제품 선택의 가장 큰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고객이 일단 한 업체의 출력 관리 솔루션을 채택하면, 좀처럼 타 업체의 서비스로 바꾸기 힘들다. 솔루션을 바꾸면서 기기들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당 수백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까지 이르는 고가의 기기들을 모두 바꾸는 부담을 달가워할 기업들은 좀처럼 없다. 따라서 먼저 출력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HP, 후지제록스프린터스 등의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 버린다면 삼성전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삼성전자 프린터 연구실 분위기는 활기에 넘쳤다. 또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제품 개발의 노력이 엿보였다.

삼성전자는 기자단 견학 때면 으레 TV를 선보이더니 결국 TV를 1등으로 올려놓았다. TV뿐 아니라 그동안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목표들을 현실로 만든 회사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보여준 작은 변화가 결코 작게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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