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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저작권법 강화' 반대하는 저작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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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프로그램보호법이 개정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그램보호법이 미국보다 적용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몇몇 조항을 수정하거나 추가시켜 현재의 프로그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여기까지는 한미 FTA가 타결될 때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비친고죄' 적용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프로그램보호법은 '친고죄'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든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것이지요. 여기에 '비친고죄'를 적용하면 굳이 저작권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그야말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얘기죠. 불법 복제 프로그램으로 고통받던 저작권자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저작권자들이 '비친고죄' 도입에 대해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저작권을 더욱 강하게 보호해준다고 하는데 이렇게 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요?

국내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SW)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특히 반대 세력의 중심입니다. 그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포토샵을 만든 어도비, 캐드로 유명한 오토데스크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비친고죄' 반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비친고죄가 도입되면 국민의 절반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입니다. 또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자도 잠재적인 고객인데 비친고죄를 적용하면 그들을 잃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타당한 반대 이유이긴 합니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률이 50%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고 하니, 국민의 절반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같은 주장을 듣고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리곤 "외국계 SW 회사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의 절반이 범죄자가 된다'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왔던가"란 반문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이 '친고죄 폐지"에 적극적인 반대를 펼치고 있는 까닭에는 드러내놓고 말 못할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실리' 때문입니다. 이리저리 주판알을 튀겨보니 '비친고죄'가 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앞서 말했듯 '친고죄'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법입니다. 그야말로 '칼자루'를 저작권자에게 주는 법이라는 얘깁니다. 그동안 이 SW기업들은 '친고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많은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를 적발한 뒤 '고소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합의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많게는 수 억원의 합의금이 오고가기도 한답니다. 게다가 이렇게 적발된 업체들은 당연히 정품 프로그램을 구매해 정품 사용자가 됩니다. 저작권자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죠.

헌데 '비친고죄'를 도입하면 이같은 이익은 사라지는 셈입니다. 당국이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자를 단속, 처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정안에도 저작권자가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긴 합니다. 그 과정이 좀 까다롭습니다. 피해액수를 모두 보상 받으려면 이를 증명하는 자료를 준비, 소송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손해배상 청구만 소송할 경우 그 액수가 최하 300만원에서 최대 3천만원이니 수 억원의 합의금이 오가던 '친고죄' 시절의 영광은 사실 끝났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는 저작권자들이 '비친고죄' 도입에 반대하고 나서자 심기가 불편한 모양입니다. 겉으로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자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하는 이들이 얄밉기도 할 겁니다.

개정안을 두고 벌어졌던 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이 때문인지 "대체 저작권을 강화하겠다는데 그걸 왜 저작권자들이 반대하느냐"며 "표면적인 이유 말고 속내를 얘기하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SW 업체들은 대놓고 '합의금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합의금'을 반대 이유로 내놓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차마 못할 얘기겠지요.

프로그램을 제작한 기업들도, 그들에게 합의금을 내주었던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자들도, 정부도 모두 알고는 있지만 차마 겉으로 드러내 말할 수 없는 '저작권법 강화를 반대하는 저작권자'의 모습에 숨은 얘기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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