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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학력위조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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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학력위조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스스로 털어놓은 이도 있고, 끝끝내 숨기려 했으나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들의 행위는 대중을 상대로 한 기망임에 틀림없다.

‘고해성사’ 몇 마디 말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학력위조가 개인의 부도덕 탓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드러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명문대 졸업장을 위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백 개나 된다고 한다. 특히 그들 모두 성업(盛業) 중이다. 그만큼 학력을 위조할 수요자가 많다는 뜻이다.

수백 개 사이트가 각각 100명씩에게만 위조해주었다고 해도 그 수는 수만이다. 1천명한테 해줬으면 수십만이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가, 술(酒)처럼, 학력위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굳이 왜? 라고 묻지 말자. 다 아는 게 아닌가. 자명하다. 학벌(學閥) 중시 풍토다. 우리는 벌(閥)로 망하는 사회다. 중요한 건 閥이 아니라 역(力)이다.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이다. 역사적으로 보기에 력(歷)이 실력인 것처럼 기록된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꼼꼼히 본다면 실력은 력(歷)이 아니라 역(力)이다.

그게 올바른 역사 인식이 아니란 말인가.

그래서다. 우리가 더불어 이야기 할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다. 특정한 어떤 사람한테 돌팔매를 던질 일이 아니다. 왜? 그게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라는 조직을 건설하고 사회라는 어울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그 것이다. 재수 없게 걸린 특정한 한 사람을 조진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 만화가 이현세가 일가(一家)를 이룬 것은 그의 학력위조 때문인가. 아니다. 이현세는 한 세대를 풍미한 만화가다. ‘망가’라는 일본 만화의 말을 한국식의 '만화'라는 말로 뒤집어 엎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학력을 위조했다. 그러고 그가 살아낸 세월은 얼마나 힘든 것이었을 겐가. 그러지 않아도 됐을 사람이, 궁극적으로 양심을 팔아야만 했던 현실과 그리고 그 세월의 깊이와 길이는 얼마나 험난하였겠는가. 그 괴로움으로 인하여 그는 ‘망가’에 대항하는 더 좋은 ‘만화’를 그려낼 수 있었다. ‘신의 아그네스’ 윤석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애꿎은 타블로마저 그리 몰아간다.

그래서다. 앞으로 윤석화나 이현세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방법을 진짜 고민하자. 제발이지, 우연찮게, 혹은 스스로, 결국은 고해성사를 해야 했던 그들의 문제로만 몰아가지 말자.

왜? 우리 모두 그 콤플렉스로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니겠는가, 바로 그 때문이다. 흔한 말로, ‘죄 없는 자여, 돌을 던져라’고 했다. 제발, 그들에게만 던진 그 험한 돌을 거두자.

그리고 다시 생각하자.

우리는, 우리 각자는, 학력(學歷)은 없으나 실력(實力)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였가. 그걸 각자 고민하자.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학력(學歷)의 노예가 아닌 게다.

마지막으로 첨언 하나 하자. 팔순을 바라보는 한국 영화 원로 한 분이 문화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씀이다.

"내가 예술원 서류심사에서 떨어졌어, 심사에서 학력만 보더라구. 우리 때야 먹고 살기 힘든 데 그런 것 갖출 여건이나 됐나. 우리 세대 예술인에게 학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리야, 그런 간판(학력)이 무슨 필요가 있다는 건지... 모를 일이야."

이균성기자 g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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