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던 하이닉스반도체의 노력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최근 급속히 성장중인 하이닉스는 이천 공장에 확보된 부지 1만8천평에 염원이던 첨단 12인치 웨이퍼 라인을 설립하려 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시부터 자본부족등으로 시설투자 대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세계 10대 반도체 업체에 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생산효율성을 강조하며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게 됐지만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아무래도 신규 라인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져 왔다.
문제는 이천 공장 부지가 대기업의 공장 신설이 어려운 수도권이면서 상수원 보호구역에다 자연보호지역까지 겹치는 규제지역이라는 점이다.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대규모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하이닉스는 지난 1년여간 공장 설립을 위한 당위성을 홍보해 왔고 지난해 12월 13일 2007~2009년에 구리 공정을 사용하는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을 이천에 2개, 청주에 1개를 증설하는 투자 계획안을 정부에 공식 제출했었다.
하이닉스는 다시 지난 15일에는 올해 중 비수도권에 1개, 2008년 정부의 관련규제 완화를 조건으로 이천에 1개 공장을 증설하고, 나머지 1개 공장은 향후 결정하겠다는 수정안 제출했었다.
이에 정부는 TFT를 꾸려 수차례의 회의를 가졌고, 24일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하이닉스가 연내 수도권 외 지역에 1개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이천공장은 불허했다. 수도권 규제 차원이 아니라 상수원 보호가 문제가 됐다.
정부는 팔당호의 입지여건 및 구리 유해성 등을 감안, 원천적 입지규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측은 해외에서도 상수원에 입지한 반도체 공장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키도 했다.
정부는 상수원 주변 지역 입지규제와 관련해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상수원 주변지역의 공장입지에 대한 규제방식의 개편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하이닉스가 이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결국 유동성 위기 속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하이닉스가 극적으로 회생해 13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하이닉스측은 우선 수정 계획안대로 청주공장 인근에 새로운 라인을 건설할 수 있게 됐지만 아무래도 기본 인프라가 완비된 이천보다는 추가 비용 부담이나 업무 연계성 등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이닉스로서는 이제 정부의 결정이 확정된 만큼 하루빨리 적기에 투자 계획을 재 정립해 적기 투자가 생명인 반도체 업계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는 입장이 됐다.
이천 공장의 증설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하이닉스는 제3의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반도체 공장은 아무곳에서나 지을 수 없는 까다로운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장은 안정된 지반과 풍부한 용수를 필요로 한다. 국내에 그같은 위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도 과거 이병철 회장이 부천 반도체 공장을 대체할 입지를 찾기 위해 국내외 수질, 지질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헬기를 타고 조사에 나섰다는 점은 반도체 공장 입지 선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향후 지난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중국 우시에 위치한 ST마이크로와의 합작공장 인근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지에는 기존 공장외에도 적잖은 유휴 부지가 남아 있다. 그렇지만 하이닉스측은 우시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증설되며 이번 일로 해외에 투자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