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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규제전환] 융합 논의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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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정보통신부는 컨버전스시대 사업자분류를 전송과 콘텐츠로 2분류하자고 하고,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는 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 등 3분류로 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융합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해관계 부처들은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은 사뭇 다르다.

정통부는 네트워크보유자(통신업체)의 IP TV 등 융합서비스 사업 진입을 허용하면서 대폭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방송위와 문광부는 네트워크보유자(통신업체)의 사업진입은 허용하되 별도의 규제(플랫폼규제)를 받도록 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양 진영 모두 서비스(전송이든 플랫폼이든)에 대한 정책철학과 규제체계가 잘 정비돼야 디지털콘텐츠의 발전을 가져와 사회문화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규제의 사각지대인 방송통신(인터넷 포함) 융합서비스에 대해 새로운 규제방법론을 고민하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수평적규제전환과 관련된 논의들은 또다시 많은 이들로부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일으키는 것도 사실.

정통부의 주장을 살펴보면 IT 가치사슬 속에서 통신사업자의 설비기반투자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통신이외의 업종들(인터넷, 단말기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간 공정경쟁 문제를 상대적으로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정통부가 주장하는 산업 활성화가 통신산업의 측면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된다. 말하자면 ▲디지털 신기술 발전에 따라 IT산업의 부가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중요한 표준화나 망개방 문제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소홀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면 방송위와 문화부는 네트워크사업자의 서비스 시장 지배력전이를 우려하면서도 똑같이 콘텐츠 기업(특히 지상파방송)의 서비스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는 후순위로 두고 있다면 반대를 위한 위한 반대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방송위와 문화부가 말하는 사회문화적인 공익성이 강조되려면 지상파방송사업자로 함께 구분되는 KBS, EBS, MBC, SBS의 공익성에 대한 재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익방송에 대한 재정독립이 필요하다면 ▲ 그 기준은 무엇이며 ▲ 나머지 상업방송들은 어떤 기준으로 경쟁시킬 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플랫폼 분리규제로 미디어 서비스를 활성화해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논리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우리가 플랫폼(또는 전송)에 대한 규제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직 생존의 논리로 비쳐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야 시장지배적사업자들간 연합을 통해 새로운 여론 독점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상호 비판의 맹점들

정통부는 방송위(문화부)의 3분류 방안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뉴스24가 입수한 정통부의 지난 8월22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보고서 '사업분류체계 재정립 추진방향'에서 정통부는 역무 3분류는 ▲법적 용어가 아니며 ▲2분류가 OECD 및 EU의 추세이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전송서비스(플랫폼)사업자의 분리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투자유인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분리했던 케이블TV의 3분류 정책(NO, SO, PP) 정책은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특히 네트워크와 플랫폼, 콘텐츠를 모두 운용중인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3분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부각시켰다.

더불어 미국 등 선진국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의 상호진입을 허용했고,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을 막거나 구조분리를 요구하는 것은 융합시대에 불합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지적한 '법적 용어가 아니며, 2분류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측면은 2분류를 받아들여야 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U의 경우 크게 전송과 콘텐츠로 분류하고 있지만, 전송 영역을 다시 전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전자커뮤니케이션서비스 등으로 나눠 놓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의 설치 및 유지운영 자체를 서비스 제공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되며, EU는 접속지침(Access Directive)을 둬 네트워크 관련 설비에 대한 접근문제, 상호접속 문제 등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럽에서는 외형상 2분류지만 사실상 3분류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오히려 해외사례를 그대로 차용하는 게 아니라 그 의미를 짚어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설득력을 지닌다.

방송위와 문화부의 경우도 정통부의 2분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8월 29일 융합추진위에 보고한 '수평적 규제체계에 따른 사업자분류체계 재정립방안'에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방송위는 정통부의 2분류체계가 ▲방송이 콘텐츠(정보서비스)의 하위개념으로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정책과 규제목적이 중요하고 분명하게 차별되는 방송을 먼저 범주화해야 하며 ▲ 전송서비스를 네트워크보유자와 미보유자로 구분하면서, 수직적인 규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평적 규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중립성의 원칙이 중요한데, 정통부의 주장은 -통신법에서 기간통신사업자가 신고없이 부가통신사업을 했던 것처럼- 융합시대에도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업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셈이라고 방송위는 주장하는 것이다. 정통부의 방안은 현행 수직적인 분류체계에 IP TV만 추가해 수직적으로 규제를 지속하자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방송위는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멀티미디어방송사업(케이블TV, IP TV, 위성방송), 별정방송사업(유선방송, 전광판, 철도 등), 정보서비스사업 등으로 세부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경우 방송위의 3분류 기본 골격의 예외로 수직적 규제체계를 그대로 준용하게 된다. 정통부 역시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2분류 체제에서도 수직적 분류체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상파 방송시장에 상업방송과 공영방송이 혼합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과잉 보호'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수많은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인해 방송의 공공서비스 역시 지상파의 전유물이 아닌 시절로 접어들었다"며 "방송의 공익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와 함께 지상파 방송의 편성권 독립, 퍼블릭 억세스 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수평규제 체계 하에서 수직적 결합의 예외를 두더라도 KBS나 EBS 정도에 국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작과 송출 등 전 분야에서 활동중인 지상파방송사들이 융합시대 사업자 분류시 어떤 위치에 남아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없는 플랫폼 3분류안은 통신과 방송간 규제차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현행 규제 '공과' 먼저 평가돼야

융합구조개편 논의와 관련, 다수의 전문가들은 '융합서비스를 범주화할 때 어떤 계층구조를 사용하느냐'는 문제의 경우 분석하는 사람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

다시 말해 지금은 2분류안이냐 3분류안이냐를 두고 다투지만, 경우에 따라 4분류안, 5분류안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오히려 네트워크 사업자와 서비스사업자(플랫폼)의 분리 혹은 통합이 주는 효과와 콘텐츠 시장의 서비스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 공익의 재구성 등 파생되는 영향력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 융합 전략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네트워크 기업의 속성상 가치사슬의 최상위인 콘텐츠와 이의 매개체인 플랫폼 영역 진출에 대한 본능은 당연하다"며 "융합시대에도 설비확충은 필요하지만, 과연 통신회사에게 투자 여력을 보장해준다는 지금까지의 논리가 융합시대에도 맞는 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혹시 다른 IT 업종들(인터넷, 단말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기업활동에 지배력을 행사해 전체 IT 가치사슬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지 또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융합시대에 네트워크 기업(통신사)의 서비스(플랫폼) 진출의 길은 열려 있어야 하지만, 겸영이나 소유규제 문제 등에 대해 보다 정치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평규제 전환 전에 정통부와 방송위·문화부는 각각 현재의 규제제도 속에서 지금까지의 정책목표와 결과를 평가하고 이를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부는 무선망개방이나 인터넷전화 요금규제, 표준화 정책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통신기업의 서비스시장 진출에 따른 공정경쟁 환경이 제대로 조성됐는 지를 점검해 융합 논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위·문화부 역시 지상파방송 위주의 공익논리가 소비자의 접근권을 해치고 뉴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 측면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병행해야 논의의 진전이 있다는 주장이다.

수평규제로의 전환이 곧바로 자본의 무한 경쟁시대의 진입을 의미할 수도 있는 만큼, 현실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미래 논의의 바탕이 돼야 '사상누각'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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