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대디, 올드보이, 내머리속의 지우개, 싱글즈...일류(日流)의 역공인가?"
'스크린쿼터' 문제로 뜨거운 충무로가 최근 10여편이 넘는 일본 원작의 소설, 만화를 영화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던 '한류(韓流)' 바람이 한풀 꺾이는 듯한 현상과 오버랩되면서 "이제는 '일류'의 역공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국내 콘텐츠 개발이 바닥을 보인 현실, 검증받은 시나리오 작가의 수요가 현저히 딸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일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충무로의 일본원작 봇물 현상에 대해 많은 영화전문가들은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며 문학계의 흐름이 반영된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어 한국 영화계에 일고 있는 '원작의 일류' 바람은 논쟁점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 제작편수 증가로 빚어진 당연한 현상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제작이 예상되는 국내영화가 100여편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80여편에서 20여편 늘어난 수치로, 영화관계사들이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대형화되면서 나타나는 산업 전반의 흐름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제작편수가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의 발굴과 더욱 탄탄한 스토리 구조 수요도 함께 증가했고, 국내에서 미처 조달받지 못하는 소재와 스토리를 일본 원작에서 구하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희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일본과의 교류가 대중문화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고 시나리오 번안도 계속돼 왔다"며 "이런 현상은 제작 편수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될 것이며 제작 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올해는 제작편수가 20여편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고갈된 것이 사실이며 검증받은 시나리오 작가도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 문학계로부터 불어닥친 일본 바람
영화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문학계의 일본 소설 바람도 일본 원작 영화의 흐름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소재를 장점으로 하고 있는 일본 소설은 문화적 근접성과 섬세한 스토리 구조를 통해 이미 수많은 한국의 젊은 독자층을 매료시켰다. 미국 등 서구 소설은 재미면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문화적으로 우리 실정에 접목하기 힘들다는 면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좀 더 리얼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일본의 원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탄탄한 독자층은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갈구하던 국내 영화계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황금시장이 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대중 소설이 침체를 보이는 반면, 일본 소설은 선전하는 것이 최근 충무로의 일본원작 바람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옥선희 영화평론가는 "자연스런 흐름이며 의도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역시 "그동안 일본 원작이 영화화되는 데 있어서 민족 감정으로 속도가 느린 측면이 없잖아 있었다"며 "이런 현상이 이제 본격화된 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1~2년 정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국내 창작력의 위축?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원작 영화 제작은 '파이란'(2001)을 비롯해 '올드보이'(2003), '싱글즈'(2003),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파랑주의보'(2005) 등 5편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일본 원작 영화 제작은 8월 개봉을 앞둔 '플라이 대디'를 비롯해 10여편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시나리오 작가들의 창작력이 고갈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최석규 부이사장 겸 저작권위원장은 "일본 원작 영화의 증가가 국내 시나리오 작가의 위기론으로 연결짓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본 원작도 한국 작가들의 손을 거쳐야 하는 만큼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부이사장은 "한국영화가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각색도 창작이 될 수 있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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