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정보기술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주도로 지난 해 7월 출범한 현대유엔아이가 동일한 정부 사업을 놓고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현대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담당해 왔다가 2년전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라콤에 경영권이 넘어간 '올드보인(OB)' 현대정보기술과, 이 회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세워진 '영보이(YB)' 현대유엔아이가 공교롭게도 해양수산부의 RFID 본사업 수주전에서 맞닥 뜨렸다.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 회장의 맏딸인 정지이 기획실장(현대유엔아이 소속)이 지분 77.3%를, 현대상선이 22.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4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올해 추진하는 'RFID 기반 항만물류효율화 사업'의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해 지난 2일 사업제안서(RFP)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현대유엔아이가 참여하는 싸이버로지텍 컨소시엄과 현대정보기술이 주도하는 컨소시엄만이 RFP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유엔아이는 한진해운 계열의 해운물류 IT서비스 업체이자, 본사업에 앞선 시범사업을 지난 2004년 수행했던 싸이버로지텍을 비롯해 KL-NET 등과 손을 잡고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해 '서울시의 RFID 도입을 통한 승용차 요일제 시스템 구축 사업'과 '국립현대미술관의 u-뮤지엄 서비스 시스템'의 사업 수주 경험을 앞세워 KT, 코리아컴퓨터, 토털소프트뱅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가 묘하게도 같은 사업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은 두 회사 모두 신수종 사업으로 'RFID'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아산 등의 물류 그룹사를 대상으로 특화된 물류 IT서비스 기업으로 출범한 현대유엔아이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주도하는 종합 IT 서비스 기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RFID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동량에 대한 RFID 구축이 의무화되는 시점에 대비해 RFID 기술과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접목한 지식물류 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현대정보기술은 국방, 항만, 해상운송, 항공, 교통, 차량관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 RFID 정부 시범사업이 대거 쏟아지고 있어 올해부터 이 시장이 본격 성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 휴대용 RFID(전파식별) 장비업체인 싸이언테크로직스와 국내 사업 제휴를 지난달초 맺은 데 이어 이 회사의 제품 개발 노하우를 전수 받아 올 상반기안에 국내 조립 생산라인을 구축한 뒤 하반기부터는 국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고정형 RFID 솔루션의 경우에는 미국 에일리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국내 보급을 시작했다.
현대정보기술이 이번 해양수산부의 RFID 본사업 수주전에 도전하게 된 것도 공격적으로 RFID 구축 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 시범사업을 맡았던 국립현대미술관 과제가 본사업까지 이어지지 않자, 해양수산부 과제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정보기술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전자선원신분증명서 등의 응용 분야 관련 기술 표준 개발'이나 '선원신분증명서 생체인식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전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해양수산부 본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라며 "현대유엔아이와의 경쟁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현대유엔아이의 설립으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상선 등을 맡았던 SM 인원 중 일부가 복귀하기는 했지만, 현대상선이나 현대택배의 IT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상생의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번주초에는 선정할 계획이어서, 두 회사간의 첫 맞대결 결과도 늦어도 이번주중에는 확인될 전망이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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