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는 투자를 진행한 창업투자회사에 500%의 수익률이란 '대박'을 안겨주면서 주의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번 성공은 벤처캐피털들이 영화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해외 선진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사의 경영·재무·마케팅·네트워크 등을 총괄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창투사들도 일반 벤처는 물론 영화 투자에 있어 '스마트머니'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져준 것.
한국벤처캐피털협회는 28일 정기 간담회에서 '왕의 남자'에 유일하게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MVP창투의 사례를 소개했다.
MVP창투 박종혁 이사는 "5억원을 투자해 극장료 수입만으로 45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며 "향후 부가판권을 활용한 국내외 시장 공략으로 5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둘 전망"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의 영화 투자에서 500%의 수익률은 경이로운 실적으로 평가된다. 보통 '잘했다'는 정도로 인정받는 수준이 수익률 30% 정도이기 때문.
MVP창투가 투입한 5억원은 광고비를 합친 '왕의 남자' 총 제작비 70억원 가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창투사가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제작사의 경영 전반에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벤처캐피털협회와 창투업계에 따르면 대개 한 창투사가 영화 한 편에 투자하는 비중은 제작비의 10%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때론 여러 벤처캐피털이 한 영화에 공동으로 투자하면서 투자금 비중이 30% 정도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제작사 측이 이들의 자금 투입 외 간섭을 꺼리면서 원활한 협력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영화에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의 인력 면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창투사 영화 관련 심사역들은 대개 경험과 감각에 의존에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MVP창투도 '왕의 남자'의 성공을 예견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게 사실.
10명 안팎의 인력으로 구성된 중·소규모 창투사들이 영화 전문 심사역을 따로 육성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왕의 남자'는 기존에 마련돼 있던 사극 세트를 활용하는 한편 대형 감독 및 스타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제작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지원할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아쉽다는 점을 대비시켜준다.
창투사가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 자유롭게 제작사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영화계와 활발한 인력교류를 통해 투자 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우 보스톤창투 대표는 "영화 한 편당 20억~30억원을 투입해 제작에 참여하고 제작사의 회계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율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창투사의 영화 관련 투자조합에 대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가세하면서 투자 재원이 확대되고 있다.
올 모태펀드 1차 출자에 있어서도 6개 창투사가 1천750억원에 이르는 영상 및 콘텐츠 투자조합에 대해 자금 배정을 신청한 상태.
벤처캐피털과 정부 지원기관이 영화계와 협의를 통해 투자에 있어 벤처캐피털의 '스마트머니'화를 제고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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