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를 한다는 데 누가 자유롭게 댓글을 달겠나.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
13일 종로구 권농동 '시민의 신문'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은 "다음달 지방선거 기간에 강제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처장은 "6~7년 동안 논의돼 온 인터넷 실명제가 갑자기 우리 앞으로 다가와 있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지난 10일 일부 인터넷 언론사와 정보인권단체가 마련한 대책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헌법소원,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지속적인 여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앙선관위원회는 지방선거 때 네티즌이 각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과 댓글에 특정 정당과 후보자 관련 글을 올리려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로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800여 개 인터넷 언론사가 중앙선관위 규제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 처장은 "인터넷 실명제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홀대받고 있는지 방증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올린 댓글이 나중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자기검열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는 악성 루머 대부분은 상대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정치권이 조직적으로 퍼뜨리고 있지 않냐고 지적한 이 처장은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는 정책일 뿐이다"라고 질타했다.
이 처장은 "인터넷 실명제는 각 사업자와 사용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국가가 일률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처장은 주요 인터넷 언론사들이 이번 인터넷 실명제 반대 움직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등 일부 매체들은 이전부터 부분적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 이 처장은 이 신문들이 급속도로 성장한 원동력이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정치토론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처장은 "'기업'의 역할을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들을 지금까지 키워온 건 사실상 네티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현 인터넷 실명제 국면에서 보이고 있는 태도는 분명히 비판 받을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지루한 힘겨루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실명제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조사 작업을 통해 인터넷 실명제 실시 국면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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