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정책적으로 음악 콘텐츠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상호연동 기술(엑심, EXIM)을 개발하고 국내 표준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음악서비스시장의 절대 강자인 SK텔레콤과 KTF가 독자 DRM을 고수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DRM이 서로 호환되지 않으면,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 산 파일을 휴대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에서 들을 수 없다.
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 과제로 ETRI는 지난 해 MP3 DRM 상호연동기술인 '엑심(EXIM)'을 개발했다.
그후 ETRI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단체표준으로 '엑심'을 제안하고, 현재 1차 심사를 통과해 세부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민간기업에 대한 기술이전도 추진돼 잉카엔트웍스(대표 안성민 www.inka.co.kr)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엑심'용 싱크 프로그램을 음악서비스 및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들에게 팔고있다.
현재 '엑심'을 지원하는 기업들은 LG텔레콤(단말기)을 비롯 코원시스템, 샤프전자, 사파미디어, 아이옵스 등 기기제조업체와 LG텔레콤 뮤직온, 소리바다, 벅스뮤직, 맥스MP3, 튜브뮤직, 예당, 와바닷컴 등.
최근에는 e러닝 시장의 1위업체인 메가스터디도 '엑심'을 도입했으며, 국제 표준화단체중 하나인 디지털미디어프로젝트(DMP)에 표준화규격으로 제안되는 등 국제표준화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심'이 국내 MP3시장의 대표적인 호환기술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멜론'과 '도시락'으로 음악서비스 시장에 파괴력을 갖고 있는 SK텔레콤과 KTF가 독자 DRM을 고수하면서 도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회사들은 유료 음악 콘텐츠 서비스 뿐아니라 이를듣는 MP3휴대폰 시장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 '엑심'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KTF는 '엑심'을 표준화하는 주체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사)한국디지털콘텐츠미래포럼의 의장 회사이면서도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폐쇄적인 DRM 정책으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의 도입을 꺼리고 있다.
'엑심' 과제책임자인 윤기송 ETRI 박사는 "TTA에서 단체표준을 논의할 때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반대했고, KTF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콘텐츠미래포럼은 회원사가 많아서 각사별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 해에는 MP3 음악파일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가능한 엑심의 업그레이드 기술과 모바일플랫폼 위피, 셋탑, PC 등 상이한 플랫폼상에서 적용가능한 DRM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라며 "DRM은 기술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 관계가 중요해 도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각사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엑심'이 국가예산을 들여 국책과제로 개발된 기술이고, 특히 통신회사가 폐쇄형DRM 정책을 고수할 경우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때문에, '엑심' 대중화에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잉카엔트웍스 관계자는 "MP3플레이어보다 MP3폰의 시장이 더 큰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디지털 음악서비스 시장에서 이동통신회사들의 파워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음악저작권협회쪽에서도 SK텔레콤과 KTF에 DRM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독자기술로 DRM을 개발했는데, SK텔레콤의 경우 MS DRM과 함께 세계 시장표준을 주도하는 오마(OMA)스펙에 기반해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잉카엔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엑심기술은 단말기에 MS DRM을 쓰든, 오마 DRM을 쓰든 별도 싱크프로그램을 이용해 호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3GSM 회의에서 오렌지 등 해외 이동통신회사 단말기를 이용해 '엑심'을 시연했다"며 "이 때 서버는 OMA쪽을, 단말은 MS DRM을 썼지만 호환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KTF가 자사 사이트 음악만 자사폰으로 듣겠다는 정책을 포기하면,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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