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미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여러 회사로 나눠졌던 마벨(Ma Bell)이 부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현지 시간) AT&T와 벨사우스의 합병 소식을 전하면서 1980년대 '마벨' 분할 당시와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거대 통신회사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 휘트케어 회장, 강한 야심
마벨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AT&T의 에드워드 휘트케어 회장. 휘트케어는 지난 해 11월 SBC와 AT&T 간의 합병을 성사시키면서 벨사우스도 손에 넣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1980년대 마 벨 분리 때와는 정반대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당시만 해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가 거대 통신회사간의 합병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알 수 없는 상황. 따라서 휘트케어도 자신의 계획을 노골적으로 입에 담지는 않았다.
하지만 FCC와 법무부가 SBC와 AT&T, 버라이즌과 MCI 간의 대형 합병을 조건없이 승인하면서 대형 통신회사 탄생에 대한 의구심은 일단 사라지게 됐다.
케빈 마틴 FCC 회장이 거대 통신합병을 승인한 것은 불과 수 년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1997년 당시 FCC를 이끌고 있던 리드 훈트 회장은 "마벨 재탄생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일축했다.
지난 해 SBC-AT&T 합병을 조심스럽게 추진했던 휘트케어 역시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확인하면서 '마벨 부활'에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 부시 행정부는 왜 거대 통신회사 탄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시장상황 변화를 최우선 요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에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유선 시장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 시장상황 변화로 거대회사 필요
게다가 통신회사를 비롯한 관련업종 종사자들이 경제를 되살릴 촉매제가 될 '대형 통신 네트워크' 건설을 위해선 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 점 역시 미국 정부의 통신정책 변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이 FCC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점도 마벨 왕조 부활을 꿈꾸고 있는 휘트케어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통신 로비스트인 로버트 맥도웰이 FCC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공화당 쪽의 목소리가 우세하게 된 것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민주, 공화 양당이 팽팽하게 맞섰던 FCC 상황과는 분명 달라진 점이다. 케빈 마틴 FCC 회장 역시 광대역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대형 합병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때 절대강자로 군림하다가 미국 정부의 분할조치로 산산조각이 났던 거대 기업 AT&T. 지난 해 말에는 베이비벨 계열의 SBC에 인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AT&T는 당시 통합회사 명으로 채택되면서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 AT&T가 벨사우스까지 손에 넣으면서 화려했던 '마벨 왕조'의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
비록 버라이즌이라는 또 다른 강자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 미국 통신시장도 군웅할거 시대를 끝내고 거대 왕조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 마벨(Ma Bell)이란?
한 때 미국 통신사업의 80% 이상을 점유했던 AT&T의 애칭. AT&T는 1984년 회사 분할 이전까지 제너럴모터스(GM)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군림했다.
파란만장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AT&T의 역사는 지난 1875년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했던 알렉산더 그래햄 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벨은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특허를 낸 뒤 2년 뒤인 1877년 토머스 샌더스 등과 함께 벨전화회사를 설립했다. 벨전화회사는 1885년 장거리전화 설비 자회사인 AT&T를 설립하면서 지금의 AT&T의 모태가 됐다.
하지만 AT&T는 1950년대 이후 줄곧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에 시달렸다. 결국 1982년 미국 법무부와 화해하면서 22개의 지방 영업회사를 포기하기로 동의했다.
이어 1984년 정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며 '마벨 왕조'는 군웅 할거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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