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의 과로사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적절하지 못한 사측의 대응이 공분을 사며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인다.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장시간 근로가 관행처럼 자리 잡은 식품·외식업계의 노동 환경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 전경. [사진=런던베이글뮤지엄]](https://image.inews24.com/v1/9b20c692f74504.jpg)
과로사 의혹은 지난 7월 16일 런베뮤 인천점 주임으로 일했던 26세 고 정효원씨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유족 측은 숨진 정 씨의 카카오톡 대화와 스케줄표 등을 미뤄볼 때, 극심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과로사로 추정된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한 상태다. 정씨는 180cm가 넘는 큰 키에 80kg 안팎의 체중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정씨는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숨지기 나흘 전인 7월 12일 새로운 지점을 개장하며 하루 평균 13시간 일했고 휴무일에도 동원됐다. 사망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60시간 21분을 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족들은 설명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정하는 급성·단기·만기 과로에 모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씨는 당시 여자친구에게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런베뮤 측은 의혹이 알려지자 "주 80시간 노동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인의 근무 기간 동안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으로 당사 전체 직원의 평균 근로시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당사가 유족들에게 근로 기록을 은폐하거나 제공을 거부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회사 임원이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인 유족에게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지시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되레 비판 여론이 더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회사 측은 돌연 입장을 바꿔 대표 명의 입장문을 내 사과하며 런베뮤 인천점의 장시간 노동도 인정했다.
강관구 엘비엠 대표는 "사건 초기 이뤄진 현장 운영 담당 임원의 대응을 회사에서 상세하게 파악 못 했다. 담당 임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며 "신규 지점 오픈 업무는 업무 강도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업무가 맞다. 지문인식기 오류로 고인의 근로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직전 일주일 함께 근무한 동료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분명 평소 근로시간 대비 높았다"고 설명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 전경. [사진=런던베이글뮤지엄]](https://image.inews24.com/v1/2a495cf12b45fe.jpg)
사과에도 여론은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온라인에선 '피 묻은 베이글' 등의 표현과 함께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국 독립서점들은 런베뮤 창업자 이효정씨의 저서를 산업재해 코너에 진열하며 항의와 추모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에서는 극심한 구인난과 치솟은 인건비로 인한 장시간 노동이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대다수의 식품 공장들은 2조 2교대 체제의 12시간 맞교대 방식이 일반적이고, 외식업 역시 낮은 마진율과 비용 문제로 하루 10~12시간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런베뮤 직원 사망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장관으로서 미처 예방하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전국 지점으로 확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런 운영 방식이 마치 기업 혁신이나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포장돼 성공 사례처럼 회자되는 문화를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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