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을 품으며 K뷰티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AK홀딩스의 막판 보류로 고비를 맞았던 인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태광산업은 전통 제조업을 넘어 소비재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20일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주식 1667만2578주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인수가액은 약 2만8190원, 총 인수금액은 47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태광산업은 50% 비율로 참여해 833만6289주를 2350억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발행주식 2641만 주 가운데 약 63.1%를 확보하게 됐다. 이 중 태광산업의 지분율은 31.56%다. 양사는 각종 승인 및 절차를 거쳐 2026년 2월 19일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양사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크다. 태광산업은 섬유·화학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K뷰티를 더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했다. AK홀딩스는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항공·생활소비재 중심의 핵심사업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애경산업 인수는 당초 지난 15일 체결될 예정이었으나, AK홀딩스가 세부 조건 조정을 요청하면서 협상이 잠시 중단됐다. 일각에서 거래 무산설이 돌았지만, 최종적으로 양측이 일부 조항을 조율하며 합의에 이르렀다.
태광산업은 이번 거래와 별도로 AK홀딩스에 1510억원, 애경자산관리에 605억원을 각각 대여하기로 했다. 단순 인수를 넘어 금융지원 패키지 성격을 띤다. 협상 결렬 시 손실 부담이 컸던 만큼, 양사는 금융지원 조건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이번 인수로 태광산업은 섬유·화학을 넘어 뷰티·생활소비재 분야로 외연을 확대하게 됐다. 애경산업의 연구개발(R&D) 역량과 글로벌 판매망에 태광산업의 자본력과 소재 기술이 결합하면, 동남아·중동 등 해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 역시 태광산업 편입을 계기로 경영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 태광산업의 투자를 바탕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6월 말 기준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2조1700억원에 달하며, 회사는 이번 인수를 위해 약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케라시스', '루나(LUNA)',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등 생활밀착형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글로벌 확장과 대규모 투자에서는 한계를 보여왔다. 태광산업의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성장 여력이 커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광산업이 향후 애경산업 지분을 단계적으로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약 31.56% 지분을 통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지만, 티투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엑시트(Exit)할 시점에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 '단계적 바이아웃(Phased Buy-out)' 전략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산업이 전통 제조업에서 소비재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며 "AK홀딩스 역시 이번 매각을 통해 지주사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본시장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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