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대선 국면마다 제기된 '개헌론'이 조기 대선 기대감에 다시 등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친명'을 견제하기 위한 주도권 확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新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맨 왼쪽),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8d9cbff112e2fa.jpg)
정치권에서 개헌 이슈에 대한 고삐를 잡아당기는 측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6일 성일종 의원 주최로 열린 '국가 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해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나아가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자체 개헌안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다양한 '개헌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세 대상은 명확하다. 국민의힘은 현재 대서 주자로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야권에선 민주당 내 '비명계'가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자 '新 3김'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 대권 잠룡들이 스피커다. 다만 개헌의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
김 지사는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개혁을 골자로 한 '분권형 4년 대통령 중임제·책임총리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제에서 국무총리의 실권을 강화하는 내용인 '책임총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4년 중임제'를 주장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계엄이 불가능한 개헌'이라는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했다.
이들의 개헌 요구도 국민의힘과 같이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개헌 추진에 앞장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러나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과 관련해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新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맨 왼쪽),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785c08d8ea7ce9.jpg)
사실상 개헌을 둘러싼 구도는 '이재명 대 여야'로 형성된 분위기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만 개헌 논의에 동참하면 급물살이 탈 수 있지만,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금기어로 취급되는 현재 민주당 내에선 개헌은 쉽게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 더욱이 '대통령 권력 축소'는 현재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이 대표 입장에선 껄끄러운 이슈일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개헌론에 대해 '정국 주도권 확보용과 현직 대통령 견제용'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이 전략을 활용한 바 있다. 그는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2022년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자 '4년 중임제' 카드를 꺼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3년 1월에는 윤 대통령을 향해 "올해는 선거가 없다. 개헌을 논의하기에 적기"라며 다시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가 쏘아 올린 개헌론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야권도 동조하면서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비명계가 개헌론을 꺼낸 이유도 '전략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가 주류로 자리 잡은 민주당에선 비명계는 비주류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단순히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명' 행보로는 중도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미래 지향적인 아젠다를 먼저 제시해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대표가 조기 대선 전 개헌 입장을 밝힌다면,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개헌 요구'는 꼬리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비명계 입장에선 핵심 견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 비명계 측 인사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탄핵 이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이슈는 개헌이 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상당히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고, 모든 후보가 개헌을 언급하면 이 대표도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당장은 입장을 내놓지 못하겠지만,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어느 시점에 개헌하겠다는 입장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新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맨 왼쪽),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7d9e82e393395c.jpg)
전문가들도 비명계가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개헌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 대표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는 판단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헌론은 사실상 조기 대선 시간표를 늦추기 위한 지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밖에 볼 수 없는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여당은 물론 비명계도 조기 대선이 늦춰질수록 이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기회를 엿볼 수 있다"며 "이 지점에서 본다면 비명계는 국민의힘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 입장에선 판결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서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고, 더욱이 언제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개헌에 미온적"이라고 부연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과 비명계가 개헌론에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대선과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힘과 비명계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정략적인 개헌이 아닌, 실질적인 개헌 필요성을 선언해야 한다"며 "이 논쟁은 어떤 진영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국민적인 공감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명계도 사실상 이 대표 견제를 위해 개헌론을 꺼낸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견제가 들어간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新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맨 왼쪽),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8fd4e9c18638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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