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6f4f5e7114bd8d.jpg)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한마디로 한국의 지성과 사상이 무너진 결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 정치는 대립과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고, 우리 사회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지성과 사상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앞의 개탄은 기자의 이 질문에 돌아온 한 현직 헌법교수의 탄식이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됐을 당시, 정치권과 법조계, 학계 인사들에게 한국 대통령의 반복되는 비극의 원인과 이를 끊어낼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한국 사회의 지성과 사상이 붕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는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한국 대통령의 비극은 반복돼왔다. 특히 대통령의 업무가 정지되는 '탄핵 정국'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통령 개인의 독단과 권한 남용 문제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로 보는 분석도 많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와 승자독식의 정치 시스템이 대통령의 비극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4년 중임제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권력 구조의 결함에만 있지 않다. 지성과 사상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에 줄 서서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지고,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다니는 현실에서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정치의 상식 붕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정적인 표현이지만, 계엄 사태 이후 심화하는 극단의 정치 대립과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자평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무한 탄핵' 기조 역시 변함이 없다. 미국발 '관세 전쟁'과 중국발 'AI 쇼크'로 산업과 금융시장이 극도로 긴장한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을 압박하고 있다. '전직 경제부총리이자 대미 경제 외교 네트워크를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이 국익을 자해한 것'이라는 여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연쇄 탄핵이라는 국가적 혼란 속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29번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23번의 특검법 발의가 국정 불안을 야기하는 데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시스템 개편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지성과 사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에 줄 서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함께, 당 대표나 수뇌부가 공천권을 독점하는 '정당 과도화' 문제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개헌 논의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성과 사상이 살아 있는 사회라야만, 정치적 대립을 넘어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