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고려아연이 발행주식 수 20%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도 있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 수의 20%에 육박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총 모집주식 수는 373만 2650주로 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기 전 기준이며 발행주식 총수의 18%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67만원으로 공시했지만 향후 변동될 여지도 있다.
고려아연의 결정은 MBK에게 밀리고 있는 지분 싸움을 뒤집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우호지분을 포함한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35.4%, MBK 측의 지분율은 38.47%다. 양측이 약 3%를 놓고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신규 유통 주식 수를 늘려 MBK 지분율을 넘겠다는 복안이다.
고려아연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종료될 경우 총 발행주식 수는 기존 2070만 3283주에서 2443만 5933주로 늘어나고 지분율 구도도 32.6%, 30%로 격차가 좁혀진다. 특히 고려아연은 신주 373만 2650주 중 20%(74만 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게 우선배정키로 했다. 이를 가정해 다시 계산하면 양측의 차이는 0.6%대로 좁혀질 수 있다.
여기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서 총 모집주식 수의 3%로 제한을 걸어둬 당초 거론되는 최 회장의 우호지분 청약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결국 유상증자 성패 여부와 신주 발행을 통해 주식 의결권을 갖게 되는 약 15% 신규 주주의 성향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분쟁도 갈리게 될 전망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날 내놓은 유상증자 전략엔 몇 가지 리스크도 존재한다.
우선 신규 주주들의 돈을 대거 끌어들여 자사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모은 자금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도 사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최 회장 개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입한 금액을 신규 주주를 끌어들여 상환하게 된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MBK 측은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은 상관이 없는 듯 하다"면서 "최 회장 머릿 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전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발행 주식을 늘리는 탓에 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이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100만원대를 상회하는 주가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는 논리를 이번 분쟁과정에서 펼쳐왔지만 이번 유상증자는 당초 입장과는 배치될 수밖에 없다.
MBK 측도 유상증자 공모가 67만원은 현재시점의 예상가격일 뿐,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30%를 할인한 금액이 일반공모가로 확정된다"면서 "해당 금액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남은 주주들의 주주가치는 더욱 희석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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