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정부가 산업용 전력 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전력 수요가 큰 석유화학 업계는 1천수백억대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 개선이 요원한 데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에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산전용 전력 요금을 키로와트시(㎾h)당 평균 16.1원 올리기로 했다. 산업용 전력 요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 인상됐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h당 8.5원을 인상하고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을)은 ㎾h당 16.9원을 인상키로 했다.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산업계에서는 전력 요금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용 전력 요금 인상이 발표된 23일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업종 특성상 전력 수요가 큰 석유화학 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타업종 대비 큰 편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 상위 20대 법인의 경우 지난해 기준 LG화학이 7위,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12위 15위로 집계됐다.
이들 3개 기업이 지난해 총 사용한 전력량은 37억1900만KWh로 5834억원을 전기료로 납부했다. 만일 이들 3개 기업이 지난해와 동일하게 전력을 사용했다고 가정해 일률적으로 계산할 시 추가 전력 요금 약 1300억원이 발생한다.
이는 인상 전 전력 요금의 6분의 1수준의 요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장기화된 침체로 현재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6개사(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효성티앤, HS효성첨단소재 )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7597억원으로 6개월 전 추정치인 1조 6555억원보다 절반이 넘게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감소했다는 건 업황이 더욱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화 업계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는 현재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 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데다 전력 요금까지 인상하게 되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황 자체가 워낙 부정적이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라 전력 요금 인상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산업용 전력 요금이 전 세계에 비춰서 고가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용 전력 요금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35개국 중 26위 수준으로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칠레, 튀르키예, 폴란드 등보다 전력 요금이 적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23일 "아직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OECD 국가 중 26위 수준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우리 경쟁 국가와 비교했을 때 미국 정도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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