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실패하거나 성공한다 하더라도 경영권을 지키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강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입장에서는 대항 공개 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영풍은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MBK파트너스 측에) 파는 것이지만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려아연의 주식을 (실제 시장가치에 비해)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팔려 한다면)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냐"고 말했다. 대항 공개매수에 협조할 우군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거나, 설사 있다하더라도 고려아연 측에 경영권을 담보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강 사장은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이 안 되도록 하셨으면 좋겠다"며 최 회장 측 지원군을 '호랑이'에 빗댔다.
영풍의 경우 경영권을 내놓기 때문에 MBK파트너스 측이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최윤범 회장 측은 경영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MBK파트너스에 맞먹는 '호랑이'를 쉽게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강 사장은 또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과대평가 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주가가 한 번도 가지 못한 저 너머의 가격에 공개 매수가가 설정돼 있다"며 "다만 오버밸류된 가치로 고려아연을 인수하겠다는 뜻은 경영권을 갖고 왔을 때 미래에 그 이상의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한 것"이라며 "오죽하면 1대 주주 자리까지 양보했겠냐"고 말했다.
강 사장은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대해 "몇몇 가족이 경영을 나눠서 할 규모를 넘어섰다"며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풍의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앞으로 계획한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데 있어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MBK는 그러한 경험과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자금을 동원해 (영풍이) 직접 공개 매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영풍그룹은 고려아연만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할 경우 자칫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MBK와 손을 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양측 갈등 계기와 관련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과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 등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막대한 폐기물을 떠넘기려 해 동업 관계 파탄이 시작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강 사장은 "과거 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 70만 톤 정도 쌓여 있었다"며 "부산물을 자체적으로 재처리하는 데에는 20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산돼 고려아연과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서도 투자가 많이 들어간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해 없던 일이 됐고, 환경부와도 협의가 끝나 현재 매립장에 처리하고 있다"며 "없었던 일이 된 것을 가지고 뭘 싸우겠나.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공개매수에 성공 시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영풍·MBK 측에 회사가 넘어가게 되면 저부터 우리 기술자들은 안 갈 것이다. 다 그만두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왜 회사를 사랑하지 않고 사람(최 회장)에 충성하며 따라가냐"며 "회사를 떠난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나. 중국이나 인도로 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 사장은 공개매수 가격을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직접 답할 입장이 아니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기존 66만원이었던 공개매수가는 현재 75만원으로 인상됐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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