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호가는 똑같은데 단지 계약 건수가 크게 줄어 가격이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고 있어요. 어떤 단지는 10% 이상 떨어졌을 수 있지만 그 단지가 서초구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니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의 얘기다. 최근 11% 이상 집값이 떨어졌다는 통계가 발표돼 뉴스로 크게 부각된 것과 관련해 그는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금은 매물 문의만 많고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집값 통계가 왜 그렇게 급격한 시세하락으로 나왔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서초구 집값이 하락했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는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발표한 아파트값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7% 상승했고 KB부동산 월간 아파트값 통계에서는 0.809% 올랐다. 공인중개사협회의 발표치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4.5% 하락했다.
자치구별로도 통계치가 제각각 달랐다.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초구의 경우 한국 부동산원 통계에서는 8월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2.54% 상승했고 KB부동산은 1.366% 올랐다. 그에 반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서초구 아파트값이 11.5%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서울 자치구 중 강서구(-21.9%)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률이 높았다.
통계가 다른 이유는 각 기관의 조사 방식이 다른 탓이다. 부동산원은 300여 명의 소속 조사원이 조사한 표본가격을 기준으로 집값 변동률을 산출하고 거래가 없으면 인근 단지 매물 가격(호가)을 통계에 반영한다.
KB부동산은 부동산중개업소가 입력한 가격이 주로 통계에 반영된다. 온라인 조사가 불가능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조사원이 전화 또는 팩스로 조사해 지수화한다.
그와 달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반영해 변동률을 계산한다. 협회 소속 공인중개사들이 주택 매매 계약서를 쓰면 협회 전산망에 등록돼 통계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당연히 호가는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 거래된 자료를 근거로 통계를 만드는 만큼 공인중개사협회는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 중 시장 분위기가 가장 빠르게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각 기관 통계가 다른 이유에 대해 호가 반영 차이를 짚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호가와 실제 거래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금 시장에선 과거와 달리 호가가 올라도 실제로 계약된 금액은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전혀 다른 통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지난달 거래량이 전월 대비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실거래가를 반영한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가 현장의 체감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기준 지난달 서초구 거래량은 183건으로 전월 거래된 461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은행권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지역별로도 서초동과 방배동 등 일부 단지에 거래가 몰렸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 8월 서초구 거래량 상위 단지는 서초동 삼풍아파트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7건), 아크로리버파크(6건), 래미안퍼스티지(5건), 서초동 서초래미안(5건) 순이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인근 중개업소에 물어봐도 집값이 11% 이상 떨어졌다는 곳은 듣지 못했다"면서 "8월 거래량이 7월보다 감소했는데 그 영향으로 지역 통계가 잘못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 C씨는 "지금 서초구 아파트값은 수년 전 기록한 최고가에 근접했고 매물은 더 높은 가격대에 쌓여 있다"면서 "계약이 되지 않더라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중인데 집주인들이 갑자기 호가를 낮춰 계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공인중개사협회는 거래량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표본을 일정량 확보하면 거래량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서울시에서도 어느 정도 표본을 확보한 만큼 전체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통계를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통계에 대한 논란에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에 일부 보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실거래가 만으로는 정확한 집값 통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단지별 가격이 다른 상황에서 실거래된 자료만 통계에 반영하면 어떤 단지가 많이 거래됐느냐에 따라 통계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인중개사협회 소속 중개업소가 계약한 일부 단지의 실거래로 전체 서울 주택가격 통계를 발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보다 과학적 통계수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실거래가 외에도 호가와 재고 주택의 가격 등 일부 보정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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