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책임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공개매수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9일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제3자 배정의 신규 발행을 영풍 측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제3자가 이 회사의 주주로 들어오게 됐다"며 "그 과정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영풍 측에선 최 회장이 공동경영을 파기한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형진 영풍 고문은 주요 주주들은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장 고문이 직접 나서 그 일을 하게되면 최 씨 일가와의 싸움밖에 안 되기 때문에 MBK에 요청해 저희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고려아연의 경영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바꾸고자 한 게 이번 거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 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 씨일가가 독립적으로 경영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경영을 시작한 이후 두 가문 간에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날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은 최 회장 취임 후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력도 악화되는 등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부채는 최윤범 회장 취임 첫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늘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부채 규모가 연 300억원에서 500억원 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또 부채 규모 증가율도 크게 뛴 상태라고 주장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만도 52% 증가했다는 것이 MBK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이어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였으나 2023년 6.8%로 5.2%포인트나 감소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이 12.8%였음에 반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0%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며 "2019년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는 2조5000억원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 440억원의 순부채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며 해당 기업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MBK 파트너스는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들이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의 누적당기순손실 금액만 5297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완전자본잠식인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사법리스크까지 거론되는 SM엔터테인먼트나 평가손실 추정액만 790억원에 이르는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은 상당기간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2023년 2월 원아시아파트너스 하바나 1호 펀드에 지분율 99.82%에 달하는 1017억원을 사실상 단독 출자했다. 이후 이튿날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매수 등 시세 조종을 개시했다"며 최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SM엔터테인먼트 형사사건을 방청해보니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우 친하다고 한다"며 "한 기업이 (한 펀드에) 90% 이상의 돈을 넣는 건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의혹도 있다고 봤다. 그는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1,2차 투자에 대해 5820억원의 인수가격에 문제가 있다. 당시 매출액인 29억원의 약 202배를 들여 매수했다"며 "회계장부 등의 열람과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 측은 반박문을 내고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에 대해 고려아연은 "풍부한 여유자금 활용을 통한 투자수익 제고의 일환으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거쳐 해당 사모펀드에 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며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내규에 의하여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사모펀드, 특히 블라인드 펀드는 성질상 해당 펀드가 어느 사업에 투자를 집행하는지 LP인 당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당사의 본업과 관련이 낮은 기업에 투자가 집행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일정한 시기에 해당 펀드 일부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당사의 투자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사모펀드의 SM엔터테인먼트 투자 관련 시세조종 의혹 부분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진행됐고, 재판까지 진행중인 사안이며 당사에 대해서는 기소나 재판이 진행중인 바가 없다"며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사모펀드에 LP로서 투자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적정가치를 산정한 뒤 매도인과의 협상 및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거쳐 거래를 진행했다”며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100% 리사이클링 동박을 생산하는 자원순환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지난해 3만톤 수준이던 동(구리)생산량을 2028년 15만 톤까지 확대하기 위해 당사가 진행한 필수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 부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자본, 중국 매각 의혹 등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기금 비율은 대략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매각하지 않는다"며 "국가 기간산업을 함부로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도 보고 있을 것이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협력사업은 지속적으로 펼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와 LG화학, 한화 등은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보고 이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사업들은 환영하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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