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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쇼크] ②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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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 은행들 대출 규제 강화
"대출 한도 줄면 실수요자 내 집 마련만 힘들어져"
"수도권-지방, 서울 내 자치구별 격차만 벌어진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주택 매도하는 저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스트레스네요.

8월 은행에 갔을 때는 40년간 대출로 한도도 조건에 따라 5억~7억원까지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달 들어 다시 알아보니 스트레스 DSR 2단계에, 은행이 대출 기간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었다며 대출 한도에 대해 확답도 안 해줬습니다. 기존 집을 팔아 다른 집으로 옮겨가는 유주택자라서 그렇답니다. 살고 있는 집 팔아 새 집으로 이사 갈 때 대출을 받는 게 잘못된 건가요."

서울 성북구 길음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A씨의 말이다. 그는 지금 거주하는 집을 중개업소에 내놓은 후 지난 7일 하루에만 5개 팀이 임장을 다녀갈 정도로 관심이 높아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을 구경했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지금껏 매수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수요자들이 매매에 냉담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서라는 것이다. 임장을 다녀갈 정도로 적극적이던 이들이 최근 강화된 대출조건으로 인해 움직이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는 뜻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과 함께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이자 A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세웠던 이사 계획을 속속 미루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은 아직 우상향 중인데 자금줄이 말라버려 자칫 A씨처럼 갈아타기가 어려워지거나 내 집 마련의 기회 자체를 놓칠까 우려하는 것이다. 대출을 틀어막으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주택 수요가 줄면서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겠지만 실수요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수도권 집값 잡겠다고 시장 혼돈 빠뜨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금리 2단계를 시행,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1.2%포인트(p), 지방에서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했다. 여기에 일부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연봉 1억원인 부부가 이달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한도는 최대 5억6800만원으로 관련 제도 시행 전인 지난달 6억9400만원보다 약 1억2600만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순차적으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나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주택 구입을 위해선 목돈이 필요한데 자금 여력이 적은 실수요자는 대출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트레스 DSR는 대출을 안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도를 줄인다는 얘기로 대출자의 재정적 건전성을 보겠다는 취지"라며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맥락에서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대출을 한도까지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수요자들로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만 가격이 오르고 있어 경기도에는 아직 미분양주택이 있는 지역도 있다"며 "2년 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충격을 받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다시 가격을 회복하는 과정에 있는데, 당국이 민감하게 집값을 잡겠다고 '이슈화'하면서 되레 시장을 왜곡된 방향으로 자극하는 것 같다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집값 상승세는 수도권이 견인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9월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들어 지난 2일까지 0.11%하락했다. 지방이 1.29% 하락해 가격을 끌어내렸지만, 수도권이 1.13% 상승하면서 전국의 하락폭을 좁혔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3.15% 오르며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중심으로 전고점, 신고가를 돌파하면서 집값이 오름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현재 집값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수 영향이 있었고 과거와 같은 추세 상승장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가격 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대출 규제로 주택의 구매 능력이 제한을 받으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대출이 안 되는 1금융권 대신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현재 집값이 전고점 수준까지 오른 고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부담을 안고 집을 사야 하는지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 조일수록 집값 양극화만 부추긴다"

지역간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향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 당장은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대출 의존도가 적은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내에서도 지역간 집값 오름세 차이는 크다. 서초구는 올들어 지난 2일까지 6.02% 상승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4.34%, 5.85% 올랐다. 선호도가 높은 성동구와 마포구도 7.68%, 5.01% 올랐고, 용산구와 광진구도 4.81%, 4.3% 오르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상승폭이 덜하다. 강남권보다 뒤늦게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올해 들어 0.75%, 강북구는 0.74% 상승했다. 도봉구는 0.12% 하락했다.

주간 단위로 쪼개봐도 9월 1주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전 주 대비 0.41% 상승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0.30%, 0.31% 올랐다. 이에 비해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새 0.16% 상승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0.12%, 0.17%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진 않았다.

김 소장은 "예를 들어 압구정이나 반포는 대출에 의존해 수요가 움직이는 지역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판 매매대금에 자금을 보태서 매수하는 지역이어서 대출 규제로 인한 내 집 장만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서민들이 대출을 받아 내 집 장만을 하는 동네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강남이라고 해서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없으니 대출 규제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향후 금리나 정책 상황 등에 따라 하락 전환할지 앞으로 전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집값은 지난 7~8월처럼 올라가긴 어렵지만 올해 안에 하락 전환되기는 어려워 주택 수요가 어느 정도 위축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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