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대법원이 18일 동성(同性)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앞서 소씨와 동성 배우자 김용민씨는 지난 2020년 건보공단에 피부양자 신고를 문의했다. 공단은 당초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두 사람의 동성혼 사실을 인지한 뒤 돌연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동성부부를 법적 사실혼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도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날 대법원은 "(공단은)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혼과 달리 취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공단에 동성 배우자를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부연했다.
소씨와 김씨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동성혼 법제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소씨는 서울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오늘 사랑이 또 이겼다"며 "다음은 평등한 혼인 제도를 통해 배우자로서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도 "동성혼을 쟁취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소송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수많은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에게 희망을 주는 판결"이라며 "동성 관계를 배제하는 다른 제도 역시 차별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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