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K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의사가 만삭 아내를 살해한 사건을 두고 게임을 원인으로 지적한 것에 대해 게임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이하 협회)는 "지나친 일반화로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KBS2에서 방영된 시사교양프로그램 '스모킹건'에 대해 방심위 방송심의 신청 민원을 제기했다.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여러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한 남편의 취미생활을 마치 친족 살인이라는 극악 범죄의 결정적 동기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일 방영된 '스모킹건'에서는 2011년 발생한 '의사부인 사망 사건'의 내용과 수사과정을 다뤘다. 이는 만삭의 아내가 집 욕조에서 기묘한 자세로 숨진 사건으로, 자택에서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씨는 당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고 이후 2013년 대법원에서 이같은 형이 확정됐다.
게임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심리 상태 추측 부분이다. 전문의는 해당 범인이 "평소 하루에 1~2시간 정도 게임을 즐겨왔다", "대학생 때는 8~10시간 즐겼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했으며,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게임처럼 '리셋'하려고 했다" 등 범인이 게임을 즐겨온 사실이 살인범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출연진들 또한 이에 공감하며 두려움을 표하는 장면이 화면에 담겼다.
이에 대해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게임전문 변호사)은 "해당 방송은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마치 남편이 게임을 즐겨하는 과정에서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인생을 게임처럼 '리셋(초기화)'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9조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이며, 이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신청 대상장면은 상기 규정의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양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하고 있는 바, 상기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대법원도 이 사건 판결 당시 취미생활인 게임이 살인의 동기로는 매우 미약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2012도231)은 "남편이 게임을 장시간 즐겨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부부싸움의 동기는 될 수 있지만 살인의 동기로는 매우 미약하다"며 "보잘것없는 동기로 살인까지 이르렀을 것이라고 쉽게 추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문화 산업의 중추이자 대통령도 디지털 혁신의 핵심으로 게임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개인의 망상에 가까운 추정을 객관적인 살인의 동기인양 설명해 게임 산업과 게임 이용자들을 무시하고, 그 명예를 훼손했다"며 "게임 산업의 발전과 쾌적한 게임 이용 문화 향유를 저해하는 이런 구시대적이며, 특정 집단의 이익에 맞춰진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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