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국내 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제지가 디지털전환(DX) 전략의 일환으로 사내 인공지능(AI) 영업일지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한솔제지가 선택한 서비스는 국내 클라우드 선도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의 '젠AI360(GenAI360)'이다.
GenAI360은 생성형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위해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지원하는 기업 맞춤형 엔드 투 엔드 서비스다.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 전략 수립 및 파일럿 과제 수행 등 컨설팅 △기업별 환경을 고려한 최적 플랫폼 선정과 데이터 학습 및 검증 △기업 내 활용 대상 서비스 개발 및 가이드 제공 △생성형 AI 운영 전략 수립 및 서비스 운영 등으로 구성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연말부터 한달 안팎에 걸쳐 한솔제지 현업부서의 10년치 영업일지를 검색증강생성(RAG) 용으로 리모델링하고, 주요 질문 유형에 대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적용해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생성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정형화되지 않은 메모 형식으로 저장된 영업일지 내용에서 유용한 인사이트를 추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어로 명령을 입력하기만 해도 방대한 영업일지 내용을 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솔제지가 GenAI360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실질적으로 얻게 된 효과는 무엇일까. 아이뉴스24는 전승홍 한솔제지 경영혁신팀 수석을 만나 그 내용을 들어봤다. 다음은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
Q>한솔제지가 언제부터 AI 기술 도입에 관심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A>지난해 주주총회 때 대표이사 인사말에서 처음으로 DX라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제지 비즈니스가 전통적인 장치산업인데, 정보기술(IT) 기술과 DX를 적극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노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Q> AI 도입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게 된 배경과 기대했던 효과는?
A>IT·DX라는 큰 방향에 대한 회사의 정책이 공유돼 있었기 때문에 도입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AI는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실효성 높은 결과를 도출하는 고도의 솔루션이기 때문에 도입에 따르는 비용보다는 비효율 제거에 따르는 경영 지표상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라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테스트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와 직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확보되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회사의 여러 업무 영역 뿐 아니라 기간계 시스템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경영 전반에서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특히 영업일지에 우선 도입하게 된 배경과 현업자들의 만족도 등 반응이 궁금하다.
A>영업포털에 AI 기능을 적용한 뒤 3월 한달 동안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업일지에 우선 적용하게 된 이유는 생성형 AI 기술의 강점이 텍스트로 기록된 내용들을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메모 형식으로 작성된 영업일지가 매일 수십건씩 영업포털에 입력되고 있는데, 팀장들이 그 메모를 꼼꼼히 읽어 내용을 숙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다 10여년 동안 쌓인 문서가 10만건을 넘기다 보니 그 안에 어떤 유용한 정보가 있는지를 파악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고객을 담당하게 된 영업사원은 기존 영업사원의 일지를 일일이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찾아내야 한다는 것도 업무에 큰 부담이었고, 퇴직자가 담당하던 고객사를 넘겨받게 될 경우에도 고객사와의 현안을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게 불가피했다.
이런 어려움과 비효율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AI 도입을 적극 검토하게 됐고, 영업포털을 첫 적용 대상으로 정해 테스트를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Q>다양한 서비스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메가존클라우드의 GenAI360을 선택한 이유는?
A>지난해 챗GPT 열풍과 함께 AI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회사 내에서도 업무에 AI를 적용해보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영업활동 관련한 민감한 내용들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하려면 독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채널로 제안을 받았다.
AI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AI 기술 자체보다는 구축과 운영을 담당할 파트너를 선정하는 게 관건이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여러 회사들과 함께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는데, 메가존클라우드가 제시한 GenAI360 방법론이 기술적으로 가장 전문성이 높았고, AI·데이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회사와 함께 진행했던 PoC에서는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문의했을 때 기술적 원인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해법까지 메가존클라우드가 제시하는 것을 보고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 생성형 AI도 결국 데이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을 위한 아키텍처는 물론 선행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데이터 영역에 대한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다.
Q>도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AI 기술 자체가 빠르게 발전하고 아직 변화하는 단계여서 전통 장치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어떤 솔루션을 택하고, 어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야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기에 구축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여러 파트너 후보들을 접촉하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메가존클라우드가 AI에 대해 오래전부터 계속 연구하고 준비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메가존클라우드는 내부에서 AI를 가장 잘 이해하고 역량이 뛰어난 직원을 배정해 데이터 분석이나 시나리오 구상 등에 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런 과정 덕분에 생성형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확보하는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Q>GenAI360 도입으로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비용이나 경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나
A>아직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 이전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메가존클라우드와의 협의를 통해 ‘small success’ 사례를 만들며 적용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현재는 우선 업무 우선도가 높은 영업일지에 GenAI360 방법론을 적용해 AI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A라는 영업사원이 고객으로부터 문의를 받게 됐을 때 과거 유사한 문의 접수와 처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를 즉각 파악할 수 있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출장이나 고객 미팅 결과에 대한 메모에도 많은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영업 담당자 변경 시 기존 거래 이력이나 거래처 특성 등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에는 영업포털에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고 그 키워드가 포함된 모든 영업일지를 일일이 열어봐야 했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심했는데, AI를 적용하면 여러 건의 메모로부터 추출 및 요약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자신이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을 챗봇에게 묻는 방식인데, 자연어 인식도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A 제품과 관련된 이슈를 찾아달라’는 추상적 자연어를 입력하면, 가격이나 품질, 납기 등 ‘다양한 이슈’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찾아내는 방식이어서 매우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Q>향후 AI 전략은?
A> 먼저 영업일지를 활용해 인사이트를 얻고, 영업활동을 효율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향후 HR과 물류, 재고관리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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