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로 SK그룹도 초비상 상황에 놓였다.
1심 재판부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던 최 회장의 SK㈜ 주식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분할 대상으로 인정,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자칫 SK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재산분할 대상은 '현금'이지만, 금액이 1조3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인 만큼 최 회장이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매각도 고려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소버린 사태' 악몽 재현될까…취약한 지배구조 노출되며 '경영권 리스크' 부각
이번 판결로 SK㈜ 1대 주주(지분 17.73%)인 최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재계에서는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과 합친 지분 역시 25.57%(1분기 말 기준) 중반을 웃돌아 경영권 유지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와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고려하면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자본시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 회장이 역대 재벌가 이혼 재산분할 금액 중 최고액을 노 원장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에 이날 SK㈜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장중 한때 15.89%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재산분할 대상이 된 1조3800억원의 재원 마련이 문제다. 최 회장의 SK㈜ 지분은 지난 29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액이 1조8780억원이다. SK㈜ 지분만 놓고 보면, 이를 대부분 처분해야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 만큼 SK그룹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SK㈜ 지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소버린 사태는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 박탈을 시도한 사건이다.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을 15%까지 늘리며 지난 2003년 8월 최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엔 독자적으로 이사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SK주총에서 최 회장이 승리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 회장이 실제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최 회장이 SK㈜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만 4895억원에 달해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재원 마련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 외에 SK디스커버리 지분 0.12%(2만1816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지분 3.11%(4만2200주), SK케미칼 우선주 지분 3.21%(6만7971주), SK텔레콤 주식 303주, SK스퀘어 주식 196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인 SK실트론의 지분 29.4%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인수 당시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현재 가치는 2~3배 정도로 추정된다.
◇ 최 회장 측 "재판 과정과 결론 지나치게 편파적…즉각 상고할 것"
항소심 판결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특히 6공 비자금 유입과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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