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치킨업계가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기조에 맞춰 제품가 인상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업계 주요 3사인 BHC·BBQ·교촌치킨의 경우 가격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제품가 인상 결정을 고심하고 있다.
16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 '4·10 총선' 직후 굽네치킨과 파파이스를 시작으로 맥도날드까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굽네치킨은 지난 달 15일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인기제품인 고추바사삭은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같은 날 파파이스도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메뉴,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최대 800원 인상했다. 파파이스는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5% 높게 적용하는 정책을 새롭게 내놨다.
지난해 2월과 11월 가격 인상을 결정했던 맥도날드는 이달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최대 400원까지 또 인상했다. 노브랜드 버거도 지난 2월 30여 종의 제품가를 평균 3.1% 올린 상태다. 최근 푸라닭 치킨 역시 제품가를 최대 1000원 인상했다.
이들 기업들은 배달비와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견디지 못해 메뉴 가격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주요 3사인 BHC·BBQ·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실제 가격을 올리는 것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가격을 올릴 경우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부담감 탓이다. 실제 BBQ의 경우 수년 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분위기에도 치킨 값을 2만원으로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 중심의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치킨 가격을 올리기에는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BBQ치킨은 이 같은 상황에 더욱 곤욕이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지난해 100% 올리브유를 사용하던 튀김유를 해바라기유 50%를 섞는 방법으로 가격을 동결해 왔지만, 또 다시 올리브유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진 상태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올해 1분기 톤당 1만88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70.2% 가격이 올랐다. 올리브유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에서 가뭄과 산불 등으로 올리브 나무 40%가 손실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다. 올리브 나무가 사라지면서, 나무를 다시 식재하고 올리브유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올리브유 가격 인상을 결정한 상태다. CJ제일제당과 샘표는 이날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다.
BBQ치킨 내부에서는 올리브유 가격 인상과 관련해 제품 가격을 올릴 지, 올리브유 비율을 조정할 지를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선제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 업계 3위까지 추락한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대신 내부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그간 이중 수수료 논란을 일으켰던 가맹지역본부(지사)의 직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교촌치킨은 지사의 존재로 이중수수료가 발생해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촌치킨은 23개 가맹지역본부 중 현재까지 8곳을 직영으로 전환했고 연말까지 직영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가맹본부에서 치킨가격 인상을 주저하면서 가맹점주들은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가맹점이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본사가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맹점 개별적으로 배달 제품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배달비를 늘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 중이다.
일부 치킨 가맹점의 경우 본사가 정한 가격보다 1000~2000원 높은 배달가를 적용하거나 배달앱의 '무료배달'을 적용하지 않고, 대신 3000~5000원의 배달비를 부과하면서 실질적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등이 비싸 지금의 제품가로는 영업이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편법'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막거나 본사 차원에서 전체 가격을 인상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제품 판매 가격을 본사가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가격은 가맹점 자율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며 "알뜰배달의 경우도 가맹점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본사는 일체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가격 차별 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이 충분한 판매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전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서도 "당분간 본사 차원에서 가격을 올리기는 분위기상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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