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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시장 강타한 M&A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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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경기가 살아나면서 거대 IT 기업들 간의 '짝짓기 열풍'이 또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이 지난 2001년 깜짝 합병을 발표한 이래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였던 인수합병(M&A) 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지난 해 12월에는 미국 M&A 열풍이 최고조에 달했다. M&A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기업들 역시 오라클을 비롯해 IBM, 시만텍 등으로 무게 면에서도 가히 메가톤급이라고 평가할만 했다. 또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넥스텔도 지난 해 12월 합병에 합의하면서 M&A 열풍의 한 축을 이뤘다.

◆ 오라클-시만텍 등 왕성한 식욕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M&A 바람에서 가장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적대적 인수 공방 끝에 지난 해 말 피플소프트를 103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M&A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필생의 라이벌인 SAP와의 사활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오라클은 올해 들어서도 아이플렉스, 레텍, 프로로직, G로그, 시벨시스템스를 연이어 손에 넣으면서 '타도 SAP'의 의지를 불태웠다. 최근 오라클이 손에 넣은 기업만도 9개에 이르고 있다.

보안업체인 시만텍 역시 최근의 M&A 바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 시만텍은 베리타스 소프트웨어를 삼키면서 오라클과 함께 지난 해 연말 M&A 열풍을 이끌었다.

[출처: 톰슨 파이낸셜/비즈니스위크, 단위: 10억 달러, 2005년 9월 12일 기준]

IBM도 지난 해 연말 M&A 열풍의 한 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PC 사업 부문을 넘기기로 하고 그 파트너로 중국 PC업체인 레노보를 선택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레노보는 지난 5월초 현금과 주식으로 12억5천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IBM PC 사업 부문 매입을 완료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 업체인 이베이는 9월초 대표적인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를 손에 넣었다. 이외에도 PDF 강자 어도비는 플래시의 대명사 매크로미디어 인수를 선언했다.

이들 외에도 HP,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전통의 강자들도 약한 고리를 보완하기 위해 수시로 M&A 시장을 기웃거렸다. 이에 따라 2005년 IT시장의 키워드는 M&A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IT업계 최근 M&A 현황(단위: 억달러)

인수업체 피인수업체 거래규모 시점
스프린트 넥스텔 350 2004.12
시만텍 베리타스 135 2004.12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외 선가드시스템스 113 2005.3
오라클 피플소프트 103 2004.12
오라클 시벨시스템스 58.5 2005.9
어도비 매크로미디어 34 2005.4
KKR외 애질런트 반도체 사업부 26.6 2005.8
이베이 스카이프 26 2005.9
인터액티브코프 애스크지브스 18.5 2005.3
레노보 IBM PC사업부 12.5 2004.12
IBM 어센셜소프트웨어 11 2005.3
뉴스코퍼레이션 IGN엔터테인먼트 6.5 2005.9
뉴스코퍼레이션 인터믹스 5.8 2005.8
HP 페레그린시스템스 4.25 2005.9
뉴욕타임스 어바웃닷컴 4.1 2005.2
시스코 톱스핀 2.5 2005.4
MS 그루브네트웍스 2005.3
구글 도지볼 2005.5
야후 다이얼패드 2005.6

◆ 통신분야도 빅뱅 열풍

통신분야 역시 올해의 M&A 열풍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미국 제2의 장거리전화업체인 MCI가 자리잡고 있다.

컴팩 최고경영자(CEO) 재직 당시 HP와의 합병을 성사시켰던 마이클 카펠라스는 난파선이나 다름없던 월드콤 CEO로 자리를 옮긴 뒤 올해 통신 분야 M&A 최고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카펠라스는 월드콤의 회사명을 MCI로 바꾸면서 매력적인 M&A 매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MCI는 버라이즌과 퀘스트 양사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 끝에 결국 버라이즌의 품에 안기게 됐다. M&A 규모는 67억5천만 달러. MCI는 오는 10월 6일 주총에서 합병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버라이즌-MCI 합병은 지난 해초부터 불기 시작한 통신 시장의 M&A 열풍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이동통신 빅뱅이 처음 성사된 것은 지난 2004년 2월 17일. 당시 미국 제2의 이동통신회사인 싱귤러 와이어리스가 라이벌인 AT&T 와이어리스를 410억 달러에 전격 인수하면서 통신 빅뱅의 불을 댕겼다.

지난 해 12월에는 스프린트가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즈를 합병하면서 '이통시장 빅3' 대열에 합류했다. 주식 교환 방식으로 성사된 스프린트-넥스텔 합병 규모는 무려 710억 달러.

또 올해 초에는 올텔이 미국 6위의 이동통신사업자였던 웨스턴 와이어리스를 4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또 하나의 이통사업자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 시장의 성숙이 M&A를 부르고 있다

2000년 이후 잠잠하던 M&A 시장이 지난 해부터 이처럼 활기를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주력 시장의 경쟁을 줄이고 ▲새롭게 떠오른 이머징 마켓에 진출해 성장을 계속하겠다는 야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입질했던 5년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비즈니스위크는 2000년과 최근의 M&A 열풍의 차이점을 '열정적인 10대들의 짯짓기'와 '신중하게 접근하는 성인들의 결혼과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M&A 중 기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0년의 21%와 비교하면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닷컴 붕괴와 함께 한자리수 밑으로 떨어졌다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두자리수를 회복했다는게 톰슨파이낸셜의 설명이다.

최근 M&A가 붐을 이루는 까닭은 시장의 성숙이 첫번째 요인이다. 많은 IT분야는 지금,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강자 중심의 시장 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 힘이 빠졌거나, 규모가 적은 업체들을 해당 분야 강자들이 접수해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JP모건의 칼 윌 애널리스트는 "포화된 시장에는 결국 하나 또는 두 개의 메이저 플레이어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전역을 강타했던 통신 업계 M&A 열풍도 벗겨보면 시장의 성숙이 부른 태풍이었다. 레노보의 IBM PC사업 인수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레노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이트웨이도 품에 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성사된 오라클의 시벨 인수도 시장 성숙에 따른 후폭풍 성격이다.

오라클의 목표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업계 최강' SAP를 밀어내고 시장을 제패하는 것. 그러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대표적으로 성숙된 시장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판뒤집기'가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다.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9개 업체를 인수한 오라클의 왕성한 식욕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라클이 먹은 것들을 제대로 소화할지는 아직까지 물음표로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M&A가 독일 업체인 SAP와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부분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예를 들면, 시벨은 오라클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의 강자 출신인데다 금융 서비스와 통신 업계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깔아 놓고 있다.

◆ 신규 시장을 잡아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M&A를 추진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베이. 이베이는 26억달러란 거금을 주고 스카이프를 인수하면서 성장 동력 확대 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료 검색, 인터넷 전화, 모바일 등 신규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다크호스'들을 흡수, 새로운 곳에서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온 업체들간 M&A와는 다른 모습이다.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 등 대형 닷컴들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들의 높은 기대치를 맞춰주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목말라 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도 이베이가 "궁합이 안 맞는거 아니냐?"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투자해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긴박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쏟아지고 있는 대형 닷컴들간 M&A 레이스도 이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야후는 최근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릭커와 인터넷 전화 업체인 다이얼패드를 인수했다.

'검색 강자' 구글은 신생 모바일 서비스 업체인 도지볼과 무선 전화 소프트웨어 업체인 앤드로이드를 접수했다. 이베이는 비교 쇼핑 사이트인 쇼핑닷컴과 세입자 중개 전문 업체인 렌트닷컴을 인수하고 사업 다각화에 불을 지폈다.

인터액티브코프의 검색 엔진 업체 애스크지브스 인수와 뉴욕타임스의 어바웃닷컴 인수도 잠재력이 큰 유망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인터넷 포털이란 야망을 꿈꾸는 미디어 재벌 뉴스코퍼레이션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IGN엔터테인먼트 인수와 지인 네트워크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인수한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 M&A 행진 계속될 듯...다음은 누구?

대형 닷컴들의 M&A 행진은 어느정도 불확실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M&A를 위한 여유자금이 그 어느때보다 풍부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거대 IT기업들은 M&A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쏠수 있는 총알을 든든하게 보유하고 있다. MS는 378억달러, 인텔은 126억달러, 델은 90억달러, IBM은 87억달러 수준이다.

투자 회사들도 M&A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와 선가드시스템스 인수의 주인공들은 모두 투자회사들이다. 이는 M&A를 위한 분위기가 지금도 식지 않고 후끈 달아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보여주듯, 조만간 터질 수 있는 M&A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정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답보 상태에 있는 IT관리 솔루션 업체 컴퓨터어쏘시에이츠(CA)와 HP간의 합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물론 HP가 잠재적 인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들웨어 시장에서 IBM 등과 거센 경쟁에 직면한 BEA시스템스는 SAP와 HP, 그리고 썬마이크로시스템즈중 하나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CRM 서비스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은 MS와 SAP, 정보통신 미디어 분야의 강자 C넷네트웍스는 야후나 뉴스코퍼레이션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PC업체인 게이트웨이는 레노보나 에이서가 노릴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됐다.

이외에도 디지털비디오레코더 업체인 티보는 컴캐스트, 타임워너, SBC, 버라이즌,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에, T모바일 USA는 컴캐스트 또는 타임워너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최근 외신에서는 아메리카온라인(AOL)을 보유한 타임워너가 MS가 일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중이란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구글도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인터넷 신화의 주역중 하나인 AOL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닷컴 시장에서 M&A 열풍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M&A 열풍은 IT시장의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현재로선 대형 업체 중심의 시장 구조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 정도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M&A 열풍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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