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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기획①]필요할 때 꺼내쓰는 '전기'…50조 시장으로 성장하는 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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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약점인 전력 공급 불안정성 보완 가능해
안전성 문제 등으로 한국시장 위축…재도약 추진 과제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탈탄소 흐름에 따라 에너지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할 최적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고, 중국 기업의 LFP배터리가 공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기업이 다가오는 ESS로의 전환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2015년 미국에서 ESS 시장은 분기점을 맞았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스 누출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로스앤젤레스 포터 랜치 알리소 캐년에 있는 미국 최대 천연가스 지하 저장시설에서 파이프가 부식되면서 약 4개월간 메탄 9만7100톤과 에탄 7300톤이 유출됐다. 새어나온 메탄가스 양은 하루 평균 1200톤. 가스발전소 가동을 중단하자 전력 공급에는 차질이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는 100MW 규모의 리튬이온 ESS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했다. 2016년 5월에 발표된 프로젝트는 이듬해인 2017년 1월, 6개월만에 완료돼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성공했다. 이 '캘리포니아 프로젝트'을 기점으로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인정받은 ESS는 고속 성장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약점 보완…전방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 증가

ESS(Energy Storage System)란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저장 시스템에 따라 △화학적 방식 △전자기적 방식 △물리적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중 화학적 방식에 속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전체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ESS는 △전기 저장·방전 배터리 △전압·전류·온도를 제어하는 BMS △배터리와 EMS 사이에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해 공급하는 PCS △배터리·PCS 등을 감시제어하는 운영시스템 EMS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력업계에서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송배전 효율 향상 △상업용·가정용 전력 공급 등 크게 세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

ESS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일정하게 생성되지 않는 바람과 햇빛의 에너지를 저장해 원할 때 쓸 수 있어 전력 공급 안전성이 높다. 또 기존 전력은 최고 수요치를 기준으로 생산되는데, ESS 도입시 피크 전력의 수요를 분산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인다.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ESS 설비와 시장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ESS 설비 규모는 2022년 43.8GW(기가와트)·91.5GWh(와트시)에서 2030년 508GW·1432GWh로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로는 2022년 152억달러(약 20조3000억원)에서 2030년 395억달러(약 52조770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화재사고로 인한 정체기...배터리 3사 재도약 준비

글로벌 ESS 보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보급량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ESS는 2020년 전후로 정체기를 맞았다. 2017년 이후 약 50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탓이다.

또 2020년에는 일몰제였던 REC(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인증서) 가중치와 ESS 충전 전기요금 50% 할인 특례 제도 등이 보급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한국의 ESS 누적설치 전망은 출력기준 2022년 4.1GW에서 불과 1.9GW 성장한 6.0GW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ESS가 침체된 사이 중국은 부상했다. 중국은 값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바탕으로 ESS 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다. 작년 5월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사 CATL는 43% 점유율을 차지하며 ESS 시장 1위에 올랐다. CATL과 함께 중국 대표 배터리사로 묶이는 비야디(BYD)는 11.5%로 2위를 차지했다. 2020년 55%의 비중을 차지하며 1위를 수성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은 14.8%로 줄었다.

전기차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울산사업장. [사진=삼성SDI]
전기차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울산사업장. [사진=삼성SDI]

국내 배터리 3사는 ESS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9월 총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조성한다. 중국의 생산과 아울러 5년 내 매출을 3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최고 용량 배터리 셀이 탑재된 일체형 ESS 시스템 'SBB(삼성 배터리 박스)'를 내놨다. 이와함께 2026년까지 ESS용 LFP 배터리 양산 목표를 발표하며 ESS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섰다. SK온 역시 중장기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부문 ESS 사업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 역시 국내 ESS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0월 발표한 ESS 산업발전 전략에서 ESS 기반 전력시스템으로 2036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5%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력 계통 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호남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1.4GW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가격 고정 계약 방식인 '장기계약시장' 형태로 ESS 시장을 운영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참여를 활성화하는 등의 전략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도 ESS 신규 사업도 기획 중에 있다"며 "오는 5월 신규사업 예산안 제출 전까지 전문가와 업계를 만나 어떤 지원 사업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성이 필요한지 함께 논의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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