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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2023 결산②] 알뜰폰 '1500만' 시대…금융권 진입·망 도매대가 직접 협상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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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위주로 '자급제+알뜰요금' 확산…"이동통신 가입자 20% 육박"
금융권 시장 진출 본격화에 MVNO "출혈 경쟁 우려"…업계 갈등 심화될 듯
'알뜰폰업계 숙원' 망 도매제공의무제 상설화 코앞…개별 협상은 남은 과제

[아이뉴스24 박소희,서효빈 기자] 2023년은 알뜰폰(MVNO)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을 선택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알뜰폰 총 가입 회선 수가 처음으로 1500만 개를 돌파했다. 망 도매대가 의무제도를 상설화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내년 전망도 밝다. 다만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가속화된 데다 망 도매대가 협상방식이 1년 뒤 통신사와의 직접 협상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2년간 국내 알뜰폰 회선 증가 추이. [사진=안세준 기자]
최근 2년간 국내 알뜰폰 회선 증가 추이. [사진=안세준 기자]

◇ 알뜰폰 회선 '1500만' 돌파…MZ세대 중심으로 '자급제 단말+알뜰 요금제' 확산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518만4393개로 1500만개를 처음 돌파했다. 이는 9월 기준 정부가 집계한 국내 이동통신 회선 수인 8150만2927개의 약 18.85%를 차지한 것으로, 기존 MNO(이동통신) 시장을 견제할 만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2년간 알뜰폰 회선 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9월 국내 알뜰폰 회선은 992만1466개로 집계됐다. 다음해 1225만9424개로 1000만 회선을 돌파해 전년 대비 233만 개 이상 늘어나며 23.56% 증가했다. 이후 올해 9월까지 292만 개가 넘는 회선을 확보, 23.85%의 증가율을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용자들은 알뜰폰을 선택하는 이유로 단연 '가성비'를 꼽는다. 올해 1분기 월평균 가계통신비(가구당)는 13만원으로 전년 동기(12만2000원) 대비 7% 가량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통신비는 '통신장비(단말기)', '통신서비스(통신요금)'을 더한 개념이다. 특히 단말시장이 사실상 삼성·애플 2개의 제조사로 한정된 데다 5G 플래그십 위주로 단말가격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통신서비스 지출은 1.8% 는 반면 단말 가격은 같은 기간 전년비 28.9% 상승해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저렴한 단말기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통3사 대비 요금이 30% 가량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는 합리적 선택지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입 후 수개월간 요금을 받지 않는 '0원 요금제'가 잇달아 출시되기도 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의 선호도가 높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알뜰폰 이용자 수의 49%는 20대와 30대가 차지했다. 체감 만족률 역시 20대는 66%, 30대는 63%로 타 연령대 대비 높았고, 동일 연령대의 이통3사 이용자 만족도가 각각 53%, 48%였던 것과 대비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알뜰폰으로 통신사를 옮긴 20대 이모 씨는 "현재 1만원 대로 알뜰폰 통신요금을 이용한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이통3사 때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알뜰폰 진출 본격화…기존 업계 "출혈 경쟁 우려"

알뜰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알뜰폰 시장을 향한 금융권의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사는 본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으로 통신사업 진출이 불가했지만 지난 2019년 KB국민은행이 금융규제 특례(샌드박스) 1호로 선정돼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을 출시하면서 알뜰폰 시장에 첫 진입했다.

이후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금융업계로서는 2호 알뜰폰 사업자로 자리하게 됐고, 지난 4월에는 알뜰폰 사업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외 부수업무로 정식 인가를 받으며 사업 중단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내년 금융권의 알뜰폰 신규사업자 진출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역시 관련 부서에서 알뜰폰 사업을 검토 중이다.

은행이 통신업에 관심을 보이는 취지는 통신사가 AI·플랫폼 등 비통신사업을 통해 본업인 통신 가입자를 견인하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알뜰폰 가입 요건으로 해당 은행 입출금 계좌 및 신용카드를 보유할 것을 내세우면서 가입자 역시 확보한다는 전략의 영향이다. 금융권 알뜰폰 1호사업자인 '리브엠' 역시 가입 시 이와 같은 조건을 달아 본업인 은행업 신규가입자를 40만 가량 확보했다.

금융권 알뜰폰의 이같은 행보는 기존 알뜰폰 업계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성명서를 내고 "은행의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과 같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반드시 법 규정에 의거해 추진돼야 한다"면서 "법에 의해 부수업무를 지정하더라도,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불공정하게 가입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없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리브엠은 출시 당시 망 도매대가가 3만3천원이었던 요금제를 2만2천원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알뜰폰 사업자는 중소사업자에 불과해 출혈 경쟁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면서 "은행들이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강행한다면, 결국 대기업 계열사 외에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알뜰폰업계 숙원' 망 도매제공의무제 상설화 코앞…개별 협상은 과제

알뜰폰 업계의 숙원이었던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가 최종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다. 다만 개정안에는 1년 후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 대비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사진=아이뉴스 DB]
지난 8일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사진=아이뉴스 DB]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최종 표결을 통해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여야 합의를 거쳐 상임위 문턱을 넘은 상황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통신사가 알뜰폰사업자에게 통신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제도다. 알뜰폰사업자는 통신사 망을 임대해 통신서비스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통신사가 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마련된 것이다.

현재 1위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의무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망을 의무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9월 22일 첫 시행 이후 3년 일몰제로 운영, 2013년과 2016년, 2019년 총 3차례 연장된 후 작년 9월 일몰됐다. 이에 따라 알뜰폰업계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자들의 장기 투자 우려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도매제공 상설화뿐 아니라 1년 유예를 전제로, 도매대가 협상에 대한 정부 개입 등 사후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약한 알뜰폰사업자들을 대신해 정부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망 도매대가를 직접 협상, 적정 도매대가를 책정해 왔지만 1년 뒤에는 각 사업자별로 개별 협상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통신사가 높은 도매대가를 내놓으면 개별 사업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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