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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다르다"…메모리·파운드리서 칼 가는 삼성, 반전 드라마 쓸까 [유미의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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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서 압도적 생산능력으로 추격 준비…파운드리서 앞선 기술로 대형 고객사 확보 시동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 들어 메모리,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내년에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매분기 적자 행진을 벌였으나, 내년 메모리 시장을 두고 낙관론이 번지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일단 커진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여러 시장 조사 기관들을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올해와 내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9월에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연간 매출을 5188억 달러(675조2700억 원)로 예상했으나, 지난달에는 매출 전망치를 5265억 달러(685조291억원)로 높였다. 또 6259억 달러(814조2333억원)로 예상했던 내년 반도체 연간 매출 전망치는 6328억 달러(823억2095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시장이 수요 회복력을 유지하고, 중국이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반도체 시장이 올해 보다 약 20.2% 증가한다고 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를 6240억 달러로 전망하며, 올해 대비 16.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메모리 시장은 올해 38.8%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하며 66.3%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비영리 단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3.1% 증가한 5884억 달러(759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메모리 산업 매출은 내년 44.8% 증가한 1298억 달러(168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낸드 수요는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량은 10% 이하로 공급부족이 될 것"이라며 "서버, 스마트폰, PC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미세공정 전환 및 고부가 메모리 생산 집중으로 전체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SK에 '기술'로 뒤처진 삼성, 고부가가치 메모리서 주도권 잡나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 심각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점차 살아난 영향도 큰데, 내년 전 세계 낸드 매출은 올해 대비 31% 증가한 536억 달러로 추정됐다. 시장에선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019년(14조200억원) 수준인 15조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뺏긴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내년에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나노 초반대(1b) D램으로 빠른 공정 전환이 이뤄지면서 서버용 고용량 D램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각국 대형 IT 기업에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기반의 128기가바이트(GB) DDR5 고용량 서버 메모리 모듈(RDIMM)을 대량으로 공급하며 4분기 들어서도 데이터센터용 D램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선점하면서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에 비해 서버용 고용량 D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공정상 문제로 일정이 늦춰져 올 하반기 들어서야 제대로 된 최신 공정 기반의 서버용 DDR5 D램 양산 체제를 갖췄다.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고성능 D램을 TSV 공정으로 묶어 생산하는 HBM에서도 삼성전자는 제대로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업계 최대 HBM 구매자인 엔비디아가 서버 구축에 사용하는 HBM3(4세대) 제품은 SK하이닉스가 대부분(95%)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멀티 벤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점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기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으나, 엔비디아, AMD 등이 내년에 내놓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춰 최근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HBM3E 양산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비해 가장 늦게 시작하지만, 삼성전자가 압도적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5세대 후속 모델인 32GB 버전도 내년 3분기 중에 출시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을 판매하는 내년 하반기가 본격적인 HBM 경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일단 HBM 시장 선제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 SK하이닉스가 HBM3E 등 차세대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내년 HBM 공급 물량을 2.5배 이상 늘릴 것으로 보여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릴 듯 하다"고 말했다.

◇TSMC와 격차 더 벌어진 삼성…인텔 추격 속 '2나노'에 승부수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내년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는 1위인 대만 TSMC에 비해 대형 고객 수주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실제 TSMC는 우량 고객인 애플을 비롯해 AMD, 미디어텍, 엔비디아, 퀄컴 등의 생산을 맡아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지만, 3나노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탓에 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로,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44.7%(2분기)에서 45.5%(3분기)로 더 확대됐다.

여기에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인텔이 2나노 공정에 본격 뛰어든데다 최근 엔비디아가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자리는 더 위태해졌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TSMC에 전량 맡기고, 구 공정에서 만드는 GPU 일부를 삼성전자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UBS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세 번째 파운드리를 원한다"며 "잠재적으로 다른 파운드리를 추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인텔은 2024년부터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물량을 파운드리로 돌려 업계 2위, 2030년에는 외부업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기준으로도 2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4년 2나노(20A), 2025년 1.8나노(18A)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파운드리 고객으로 미디어텍도 유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2나노에서 기술 주도권과 함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 없을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은 지난 5월 대전 카이스트 강연에서 "2나노로 가면 TSMC도 GAA로 갈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TSMC와 (삼성전자가 기술력으로)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상반기, TSMC는 같은 해 하반기에 각각 2나노 공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그보다 빠른 2024년 말에 2나노 양산 시작을 공언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등에 2나노 시제품 가격 인하 버전을 제공하며 고객 유혹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전자 모두 3나노 공정의 초기 양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율이 더 안정화되는 3나노 2세대 공정에선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일어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에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한 후 퀄컴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나노 공정부터는 인텔의 참전으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삼성전자가 3나노에 이어 2나노에서도 TSMC를 기술력으로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 퀄컴 등 대규모 고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은 지난해 매출 5000억 달러 규모(660조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세대 첨단 반도체 부문 핵심은 2나노 기술 개발"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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