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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면 뭐하나"…정비사업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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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며 시장 위축
올 인허가·착공 전년 대비 급감…"공급부족 우려"

[아이뉴스24 이수현 수습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인허가·착공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정비사업도 힘을 내지 못하면서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뉴시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0일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 한 곳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9월 1차 시공사 입찰에서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의향서를 제출해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다시 한번 단독 입찰로 끝나면서 단지는 대우건설과 수의계약(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도 삼성물산이 두 차례 단독 응찰하면서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앞서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찰에는 응하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단지도 나왔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을 신탁사로 선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지만 지난 9월 서울시가 위법사항을 발견하면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취소했다. 당시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지만 현재는 홍보관마저 철수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5층 높이 이상 건설을 제한하는 '35층 룰'을 폐지했다. 또한 서울시가 사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신속통합기획(정비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꼐 지난 7월 역세권 용적률 완화,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신탁방식 특례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도 정비사업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건설사가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에는 건설사 3곳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5조원을 넘었지만(5조 클럽) 올해는 단 한 곳도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 주요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좋은 입지의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해도 건설사에서 참여를 꺼리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가 냉각된 이유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9월 공사비지수는 153.67(잠정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8.47보다 3.5% 늘었고 2015년 100보다 53% 상승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정비사업 참여 자체를 꺼리거나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가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일부 주민이 공사비에 불만을 가지면서 지난달 2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취소 안건을 가결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총 공사비 2160억원 인상을 요구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평당 공사비가 898만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전문성과 신속성을 강조하며 목동과 여의도 일대에서 인기를 끈 신탁 방식도 힘을 잃었다. 한양아파트 사례 이후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분양 수익의 최대 4%로 알려진 높은 수수료도 토지 소유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목동 재건축 최대어로 평가 받는 목동7단지도 신탁과 조합 방식 사이 의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까지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인허가는 27만391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누적 착공은 14만1595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보통 1년 정도 이후 분양을 진행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 임대차 시장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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