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LG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CEO)로 취임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LG의 권봉석 부회장은 유임됐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사업 구조 고도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퇴임하게 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정철동 사장을 신임 CEO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던 정호영 사장은 실적 악화 등의 여파로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61년생인 정 사장은 대구 대륜고,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했고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를 거쳐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상무, 생산기술센터장 전무, 최고생산책임자(CPO) 부사장 등을 지냈다. 또 2017년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사장으로 승진해 유리기판과 수처리필터 사업을 조기에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LG이노텍 CEO로 선임된 후에는 카메라모듈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FC-BGA 등 신사업의 기틀을 잡았다. 정 사장의 경영 능력 덕분에 LG이노텍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LG이노텍 대표를 맡아 회사를 그룹내 최대 소재·부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중대 전환점에 서 있는 LG디스플레이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입증한 핵심 인사를 투입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정 사장의 투입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TV 사업 불황 등의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6621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해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올해도 연간 적자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에서도 애플과의 협력 관계를 더 강화시킬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맥북에도 OLED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량 확대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겐 없어선 안 될 핵심 고객사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OLED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8.6세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며 "중국 BOE와 CSOT도 8세대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팀을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가 제 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을 거치면서 쌓은 애플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던 정 사장이 8세대 OLED 투자를 가속화 해 나가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며 "자금이 부족한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지원을 받아야 할 상황인 만큼 정 사장이 이를 잘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일각에선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내놨다. LG이노텍이 LG전자 자회사인 만큼 구조적 한계로 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다소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LG그룹 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과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던 한상범 전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도 아직까지 사장 체제인 상태인데 자회사인 LG이노텍에서 부회장 체제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LG디스플레이로 이동하게 되면 부회장 승진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함께 단행된 지주회사 ㈜LG 인사에선 권봉석 부회장이 유임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 'ABC' 신사업의 방향을 잡고 성과를 낸 게 반영됐다. 신임 사장은 없었고 박준성 ESG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철동 사장의 이동으로 LG이노텍 신임 사장은 CSO를 담당했던 문혁수 부사장이 선임됐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정기 임원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안정 속 쇄신'을 바탕으로 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준비' 인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며 "LG전자의 체질 전환을 이끌고 있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사장이 이번에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릴지가 가장 주목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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