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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조금 많은 전기트럭 급증에 승용EV는 '충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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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전기 승용차 대신 영업용 1톤(t) 트럭이 줄지어 충전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기 트럭은 주행거리가 대부분 200km 안팎인 데다 충전 속도가 느린 탓에 충전소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한다. 배터리 전압이 약 330볼트(V)로 전기 승용차의 60%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전기 승용차 충전 속도의 50%~60%밖에 내지 못한다.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영업용 1톤(t) 트럭이 줄지어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영업용 1톤(t) 트럭이 줄지어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화물운송업에 전기 트럭을 활용하는 운전자 경우 장거리 주행이 많아 충전 회수가 승용차 운전자 대비 10배 가량 잦다. 고속도로 위에서 배터리가 방전된 전기 승용차 차주로서는 기약 없이 충전이 끝나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휴게소까지 이동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충전 난민'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다.

전기 트럭이 급증한 데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전기 화물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전기 승용차의 두 배 수준으로 대당 2000여만원에 달한다.

환경부는 포터 일렉트릭이 출시된 2019년 12월 이후 전기 화물차 보급 대수를 매년 큰 폭으로 늘려왔다. 내년도 '전기 화물차 보조금 지급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15% 증액한 69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원 대상도 올해 5만대보다 1만대 많은 6만대로 정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보급 대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 보조금 지원책으로 인해 '충전 대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전기 승용차의 경우 주행거리 등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차는 잣대가 매우 느슨한 편이다. 전기 트럭은 주행거리가 200km만 넘어도 최대 금액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트럭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포터 일렉트릭이었다. 1만5620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5.6% 급증한 수치다. 기아 봉고 EV도 지난해보다 24.5% 늘어난 1만397대가 팔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차량도 이 두 차종이다. 가뜩이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 충전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책정한 이유는 기존 디젤 트럭을 폐차하고 그 자리를 전기 트럭이 대신하면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는 달리 전기 트럭의 디젤 트럭 대체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용 전기 트럭 구매자가 기존 보유 차량을 폐차하는 비율은 2020년 5.8%에서 2021년 8월 말 2.7%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24만여기가 보급된 충전기를 2030년까지 급속충전기 14만5000기와 완속충전기 108만5000기를 포함해 총 123만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나와 있다. 그러나, 전기 화물차가 느는 속도와 비교하면 역부족이다. 전기 화물차의 보조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축소하는 등 현재 기술과 충전 인프라 수준에 맞게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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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과 부처의 정책 목표 달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전기 트럭 보급 확대라는 성급한 정책 추진이 초래한 부작용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해결책 마련이 먼저다.

자칫하면 어렵게 조성한 전기차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정부가 전기 트럭의 주행 성능, 충전기 보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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