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전기자동차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수익성 일부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정면 돌파하겠다."
지난달 27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초기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부사장의 발언은 고급화 전략을 고수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할인 경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다음 달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는 앞서 지난 3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EV5 콘셉트를 선보이며 "올해 말에 중국에서 EV5 기반의 양산 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V5의 중국 출시 가격은 약 5천만원 미만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차량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신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충전도 800V 고전압이 아닌 400V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5의 국내 출시 계획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모델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를 압박하는 전기차 가격 경쟁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인 기업은 세계 1위 업체인 테슬라다. 테슬라는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며 수요를 잡기 위해 애써 왔다. 지난 2분기 테슬라 차량 평균 가격은 4만5천 달러(약 5천80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천 달러·약 7천200만원)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당분간 계속 판매 이윤을 희생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완성차 기업도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최근 전기 픽업트럭 가격을 최대 1만 달러(약 1천300만원)까지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폭스바겐과 GM(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등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심지어 폭스바겐은 저렴한 버전의 전기 해치백 자동차 ID.2all을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EV5가 출시되면 테슬라의 중형 SUV '모델Y'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이 차량의 후륜구동(RWD) 제품은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100% 기준인 5천700만원보다 낮은 5천600만원대에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구매 보조금 지원과 현재 테슬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추천 프로그램 할인 혜택까지 적용받으면 5천만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어 온라인 카페·커뮤니티 등에서는 구매 희망자의 '리퍼럴(Referral) 코드' 요청 글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흐름에 전기차 라인업 확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종류를 31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 11종·기아 13종·제네시스 7종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 부사장은 "기아는 올해 EV9, EV5가 나오고 내년에는 준중형 SUV와 세단이 나온다는 점에서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췄다"며 "경쟁은 격화하고 어려운 시장이 되겠지만 현재 갖고 있는 강점과 경쟁력 우위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정체된 이유는 열악한 인프라와 성능 문제도 있겠지만,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전기차도 가성비 모델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야 선택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저가형 전기차에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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