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14일 모델Y를 국내 시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에 도 가격 경쟁의 열기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고가 차량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이 늘어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후륜구동(RWD) 제품의 가격은 국내 전기차 보조금 100% 기준인 5천700만원보다 낮은 5천600만원대로 책정됐다. 구매 보조금 지원과 현재 테슬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추천 프로그램 할인 혜택까지 적용받으면 5천만원 초반에 구매가 가능하다.
◆ 모델Y RWD, 온라인서 뜨거운 반응
이 차량의 주행 가능 거리는 한국 인증 기준 최대 350km다.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에 이르는 시간은 6.9초, 최고 속도는 시속 217km다. 또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까지 기본 탑재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비싸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크게 내려간 것은 배터리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 사륜구동 모델Y는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모델Y RWD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기존에 한국에서 판매되던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의 경우 미국에서 제조된 사륜구동 모델로 시작 가격이 7천874만원, 모델Y 퍼포먼스의 경우 가격이 8천534만원이었다.
테슬라코리아가 이 차량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온라인상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온라인 카페·커뮤니티 등에서는 구매 희망자의 '리퍼럴(Referral) 코드' 요청 글이 쏟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먼저 차를 구입한 차주의 소개로 차를 구매할 경우 추천인과 구매자 모두에게 60만원 혜택을 제공하는 리퍼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모델Y RWD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설명자료에서 "모델Y는 보조금 지급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보조금이 지급될지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테슬라는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부여된 기업이 아니고 모델Y는 현행 규정상 혁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국고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 중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부여된 10개 제조사 차량에 주는 보조금(최대 140만원)과 혁신기술이 적용된 차에 지원되는 보조금(20만원)은 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대 주행가능거리 450km 미만인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까지 대입하면, 모델Y RWD에 적용되는 보조금은 500만원 초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불 붙은 저가형 전기차 출시 대전
현재 많은 완성차 업체가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야 현재의 판매량 정체를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상반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50% 급증했으나 증가율이 둔화된 가운데 자동차 대리점에는 재고가 늘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최초 공개된 토레스 EVX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형 SUV임에도 4천850만원부터 판매돼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지역에 따라 3천만원대에도 살 수 있을 전망이다.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경제성을 키웠다. 1회 충전 시 예상 주행 거리는 420km로 코란도 이모션보다 약 100km가량 더 긴 주행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을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출력은 87마력 정도로 과거 출시됐던 1세대 전기차 모델(76마력)보다 소폭 늘었다. 레이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최신 전기차 플랫폼인 'E-GMP'가 탑재되지 않은 내연기관 파생형 모델이다. 소형 전기차 'EV3(가칭)'도 경기 광명공장에서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캐스퍼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 올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보완설비를 구축하고 2024년 상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하반기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프리미엄 소형 전동화 SUV EX30을 공개했다. 짐 로언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EX30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가격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폭스바겐 역시 보급형 전기차인 'ID.2all'의 출시를 예고했다. ID.2all은 2만5천유로(3천6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 예정이다. 이 차량은 코나EV나 볼트EV보다 작은 소형 전기차다. 수입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2만5천달러(3천200만원)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2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이브리드차가 다시 인기를 끌고 전기차 판매는 정체인 이유는 열악한 인프라와 성능 문제도 있겠지만,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전기차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야 선택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저가형 전기차에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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