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에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더 올린다구요? 편의점주들은 24시간 가게를 지키다 과로사로 죽을 겁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비에 젖은 연단에 올라선 편의점 점주 김미연 씨는 '최저임금 동결 촉구대회'에 참석해 이처럼 호소했다.
김 씨는 "노동생산성이 높아 수익률이 높고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산업은 (최저임금을) 많이 주라고 하라"며 "노동 강도와 생산성이 높지 않은 편의점 같은 업종은 낮은 임금을 주자는 요구가 틀린 주장이냐"고 강조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뿐 아니라 경영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노동계가 뜻을 굽히지 않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천21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 요구안으로 이 금액을 최저임금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9천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은 255만1천890원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인상의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소비 활성화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악화하는 임금 불평등 해소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내세웠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구원 수 분포, 국제기구 권고, 최저임금위 제도 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고려하면 가구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로 환산한 내년도 적정 생계비는 1만4천465원이다. 노동자 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노동소득의 평균 비율은 84.4%인데, 1만4천465원의 84.4%는 노동계가 이날 제시한 1만2천210원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용자위원들도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날 제7차 전원회의에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서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현행과 달리, 산업별로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도입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벌어진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는 전 산업에 단일 적용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도입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 같은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표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한 업종으로 제시한 음식·숙박업 등은 대분류라며 세세한 소분류를 제시해달라고 사용자위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해야겠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의 말이 오가고 있다"며 "어렵고 한계에 부딪힌 어려운 지불주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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