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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그렇게 무시하더니"…침몰하는 日‧中 스마트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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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발뮤다 이어 교세라·FCNT도 잇따라 철수…자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소니만 남아
"샤오미 넘겠다"던 中 거리, 8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부 해체…오포·비보, 獨서 철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폰이 차라리 낫지. 그걸 누가 사?"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세에 눌린 중국,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형편없는 투박한 디자인과 고가 전략 탓도 있지만 레드오션이 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분위기 속에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세에 눌린 중국,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세에 눌린 중국,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아이뉴스24 DB]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가전업체 '발뮤다'는 스마트폰 사업 진출 1년여 만에 철수했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토스트기, 공기청정기로 인기를 얻은 자신감으로 스마트폰까지 영역 확장을 노렸지만, 소비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품을 비싸게 내놓은 탓에 시장의 철저한 외면을 당했다.

◆발뮤다, 디자인 자신감 너무 강했나…저성능 고가폰 앞세우다 '굴욕'

발뮤다는 지난 2021년 11월 가전기업 교세라,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발뮤다폰'을 공동 개발해 출시했다. 직선이 없는 발뮤다 특유의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화면은 4.9인치에 불과해 대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765'를 탑재한 것도 화근이었다. '스냅드래곤765'는 LG전자가 지난 2020년 출시한 'LG 벨벳', 같은 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가 출시한 30만원대 가성비 스마트폰인 '원플러스Z'에 탑재됐던 칩이다. 반면 '발뮤다폰'은 '스냅드래곤765'를 한참 지나 탑재해놓고 가격은 자급제 기준 10만4천800엔(약 100만원)을 고수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본 기업 전문 칼럼니스트는 "발뮤다폰의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며 "미들(중저가) 스펙에도 높은 가격 정책을 그대로 고수해 10만엔이 넘는 고가로 출시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발뮤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발뮤다폰' [사진=발뮤다 홈페이지 캡처]
발뮤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발뮤다폰' [사진=발뮤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발뮤다는 초반엔 "원래 (더 작은) 4.8인치로 만들려고 했다"며 "최신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들이 거의 다 비슷해 새로운 스마트폰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발뮤다폰'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추억의 스마트폰", "올드하다"는 혹평과 함께 '아이폰', '갤럭시'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쏟아진 것이다. 또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전파간섭 등의 이유로 온·오프라인 판매까지 중단됐고 결국 지금은 스마트폰을 더 이상 내놓지 않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발뮤다가 스마트폰 출시를 밀어붙인 것은 각종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스마트폰의 플랫폼화를 고려해 일종의 시험작으로 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스마트폰보다 크기가 작고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을 차별화 전략으로 앞세워 스마트폰 출시를 밀어붙였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오점만 남겼다"고 밝혔다.

◆파나소닉·FCNT·교세라도 줄줄이 철수…日 스마트폰 '쇠퇴'

발뮤다와 잠시 손잡았던 일본 교세라도 일반 소비자용 스마트폰에서 철수했다. 지난 1989년 휴대폰 사업에 진출한 교세라는 2001년 미국 최초 스마트폰인 '교세라 QCP-6035'를 출시하며 일본 휴대폰 산업의 주요 브랜드로 인정 받기도 했다. 또 2008년 '산요(Sanyo)'의 휴대폰 사업부까지 인수하며 영역 확장에 나섰지만 애플, 소니, 샤프, 삼성 등에 밀려 점차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교세라는 올 초 소비자용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하데오 타니모토 교세라 최고경영자(CEO)는 "5G의 확산으로 단말기 비용이 인상됨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교세라 기업용 스마트폰 [사진=교세라 홈페이지 캡처]
일본 교세라 기업용 스마트폰 [사진=교세라 홈페이지 캡처]

후지쓰의 휴대전화 사업본부를 전신으로 '애로우스(arrows)' 시리즈와 '라쿠라쿠 스마트폰'을 생산해 온 FCNT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이별을 고했다. 지난달 30일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하고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 및 판매 중단을 발표한 것이다.

앞서 파나소닉과 NEC도 10년 전인 2013년 일본 내 개인용 스마트폰에서 철수한 상태다.

이에 일본 내에선 그나마 남아 있는 소니, 샤프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소니, 샤프는 일본 최대 스마트폰 브랜드이지만 최근 들어 애플, 삼성에 점차 밀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일본 스마트폰 시장 내 샤프의 점유율은 10.1%로 3위에 그쳤다. 1위는 56.1%를 차지한 애플이, 2위는 10.5%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샤프가 대만 홍하이정밀에 인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일본 브랜드는 소니가 유일하다.

하지만 소니도 불안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엑스페리아'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진 않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조차 삼성전자 '갤럭시(4위)'에 밀려 5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현지에선 일본 스마트폰 산업 쇠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것은 이제 소니 그룹과 샤프뿐"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국내 시장에서 미국 애플에 이어 점유율 2위인 샤프는 대만 홍하이정밀이 매각됐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대기업은 소니만 남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애플, 삼성전자 등이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절감해 만드는 고성능 단말기를 일본 업체들이 이기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화 약세와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일본 업체들의 잇따른 철수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전하는 것은 글로벌 판매를 전제로 대량생산을 실현한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용 개발에만 집중한 결과 세계 시장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시장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제품 성능 향상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사실상 해외 업체들이 독식하게 된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으로 매장에서의 대폭 할인에 대한 규제가 더해져 판매가 더욱 부진해지며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中 제조사 사업 철수도 본격화…오포·비보, 獨서 사업 정리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제조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업체들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Gree·格力)는 지난달 말 스마트폰 사업부를 8년 만에 해체했다. 지난 2015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며 현지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를 쉽게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주류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결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중국 거리가 출시한 스마트폰 [사진=기즈모차이나]
중국 거리가 출시한 스마트폰 [사진=기즈모차이나]

오포와 원플러스는 지난해 노키아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며 독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같은 중국 BBK그룹 계열사인 비보 역시 별 다른 공지 없이 독일 온라인 스토어를 폐쇄하며 사업을 접었다.

이는 지난 4월 만하임 지방법원이 노키아와 비보 사이 특허 소송에서 노키아 손을 들어준 게 계기가 됐다. 노키아는 비보를 상대로 4G 표준 필수 특허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오포, 원플러스 역시 같은 이유로 노키아와의 특허 시비에 휘말린 끝에 독일에서 철수했다. 오포는 현재 노키아로부터 12개 나라에서 100여 건 정도의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며 "각 기업들의 사업 재편과 시장 철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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