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의 상징으로 통하는 아마존이 오는 16일로 설립 10돌을 맞는다고 A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95년 7월 16일. 이 때만 해도 아마존은 인터넷에 터를 잡고 있는 조그마한 '책 판매상'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아마존이 상거래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놓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아마존은 연 매출 70억 달러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거듭났다.
처음에 책만 취급했던 이 회사는 이제 '없는 것이 없는' 초대형 상거래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10년만에 연 매출 70억 달러 기업으로 성장
뱅커스 트러스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제프 베조스는 1994년 몸담고 있던 투자회사 DE쇼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온라인 상거래 사업을 위해 '서부'로 떠났다.
그리고 그가 아내와 함께 정착한 곳은 바로 워싱턴주 시애틀이었다. 시애틀은 거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터를 잡고 있는 곳이자 서적 유통업체인 잉그램의 본고장이다.
1년 여 간의 준비작업 끝에 1995년 아마존닷컴이 인터넷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베조스가 처음 생각한 상호명은 '커대브러(Cadabra)'였다. '커대브러'는 주문을 걸 때 사용하는 '애브러커대브러(Abracadabra)'라는 말에서 따온 말.
하지만 이 말이 시체를 뜻하는 '커대버(cadver)'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따라 베조스는 결국 '아마존'을 택하게 됐다. 자신이 새롭게 시작한 인터넷서점에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의 이름을 붙이면서 베조스는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10년. 베조스의 장담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아마존은 이제 거대 서점인 반즈앤노블이나 보더스 못잖은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약 4천900만명 가량의 '열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해 매출 69억2천만 달러로 '인터넷 리테일러' 잡지의 400대 기업 중 으뜸 자리에 올랐다.
특히 아마존은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델컴퓨터의 매출 규모보다 훨씬 큰 편이다. 델의 지난 해 매출은 32억5천만 달러였다.
초창기 책 판매만 고집했던 아마존은 1998년 음악, DVD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전자제품, 장난감, 게임,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 아마존은 7개국에서 31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해 전체 매출 중 국제 영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제프 베조스 회장 역시 앞으로도 국제 영업을 꾸준하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마존의 장점은 무엇보다 탄탄한 브랜드와 편리한 사이트 내비게이션, 그리고 신뢰성을 꼽는다.
◆ 최근 들어 주가 하락 등으로 '고민'
물론 아마존이 지난 10년 동안 순항만 거듭했던 것은 아니다. 닷컴 붐이 붕괴되면서 아마존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리빙닷컴, 펫스닷컴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상당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닷컴들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지난 2000년에는 무려 1천3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새롭게 수익을 올리기까지 수 년이 걸렸다.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최근 들어선 30달러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올들어 아마존 주가는 20%나 하락, 투자자들의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 해도 16%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위세가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도 아마존의 향후 전망에 대해 그다지 밝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톰슨 퍼스트콜에 따르면 23명의 애널리스트 중 아마존 주식에 대해 '매입' 평가를 내린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사파 라쉬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은 한 단계 도약할 촉매제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우리는 아마존 주가가 동종 업체들에 비해 과대 평가받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제 10주년을 맞게 된 아마존. 투자자들은 그 동안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방식'에 대해 오랜 기간 인내해 왔다. 초창기 아마존이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했을 때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다르다. 아마존은 더 이상 '전자상거래 개척자'라는 프리미엄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 역시 '10년 후 아마존'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요구하고 있다.
◆ "10년 후 먹거리" 제시할 수 있을까?
아마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회사의 '혁신'을 높이 사고 있다. 볼티모어의 투자 회사인 렉 메이슨 우드워커의 스콧 데빗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지난 10년 동안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쇼핑닷컴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들이 아마존에겐 위협 요인이 되긴 하겠지만 '쇼핑 경험' 측면에선 아마존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아마존은 오프라인 강자들의 '클릭 앤 모타르(온-오프라인 영업을 융합하는 것)' 공세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데빗은 여전히 아마존은 이들에게 모범이 될만한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오는 16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진보적인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밥 딜런의 축하 공연을 준비했다. 또 마침 이날 출간되는 '해리포터' 시리즈 6권 역시 아마존의 축제 분위기를 북돋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소 위세를 상실한 아마존으로선 '창립 10돌'을 맞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이제 뭔가를 보여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제프 베조스 회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서 강한 자신감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8년 전 주가 1.50달러였던 기업이 35달러까지 올라왔으면 선방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자상거래 10년 역사를 이끌어왔던 아마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의 이름을 딴 당돌한 이 회사가 '10년 후 먹거리'로 무엇을 제시할까? 어쩌면 그 해답 속엔 전자상거래의 향후 10년 역사가 담겨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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