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AI기술 확산이 빨라지면서 AI 윤리원칙이나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AI규제법 초안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은 최근 담당 위원회가 법안 추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내달 구체적 협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책임있는 AI 실현을 위한 규제 방향이 논의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법안을 마련해 AI윤리·신뢰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 생명·신체, 기본권을 위협하는 부분을 '고위험영역 AI'로 분류해 규제하는 방안을 담은 AI기본법안이 국회에서도 논의 중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EU처럼 AI 위험성을 구체적 기준으로 분류했지만 AI발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다. 강력한 AI규제안을 추진 중인 EU와 자율규제에 방점을 둔 미국·일본의 중간 단계다.
우리도 AI 법제화 논의가 시작된 것은 반가운 일지만 문제는 속도다. AI법제화 필요성은 비교적 빨리 인지하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눈에 띄게 진전되는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없었다.
2017년 전 세계가 한국을 주시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AI의 제도적 운영을 논하기 좋은 이벤트였다. 하지만 말만 많았을 뿐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1년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 법제정비단을 출범시켰고, 어느덧 3기 법제정비단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3기는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생성형AI는 논의하지 않는다. 3기가 생성형AI 이슈 전에 출범했기 때문이란다. 다음달 3기 활동을 마무리한 후 4기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다 또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어쩔 것인가. 5기, 6기 이런 식으로 계속 미룰 것인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인공지능 관련 법안도 최근에야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2021년 정필모 의원 대표 발의로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는데, 최근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인공지능 관련 총 7개의 법률안이 병합 심의되며 정 의원의 법률안 이름에 '산업'이 추가된 대안이 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챗GPT 이슈로 AI규제 논의가 급부상하자 국회가 이제야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종 결과가 나올지도 의문스럽다.
AI 정책의 법제화가 늦춰질 수록 국내 AI 산업은 글로벌 테크 기업에 종속될 것이 우려된다. 글로벌 AI 선두주자 구글이 제 1외국어로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과 챗GPT 열풍 주역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하는 등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AI 산업의 주역이 될지, 조연이 될지 분수령에 놓인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앞으로 글로벌 테크 경쟁이 AI로 집중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국내 AI기술의 지속 혁신을 위한 제도적 틀은 한시가 급하다. 정부와 국회가 AI법제화를 가볍게 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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