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국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네탓공방'을 벌이며 이견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정치권의 '희망고문'을 경계하면서 빠른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3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이날 논의 끝에 21일 정책위의장들이 만나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윤재옥 여당 원내대표가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양당과 정의당 정책위의장까지 함께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를 갖기로 했다"며 협력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야는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협조를 약속하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세사기 관련 당정협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축소로 인해 전세사기가 폭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에서 현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늘어났다고 반격했다. 출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원인 제공자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피해 대책과 관련해서도 여야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와 저리대출 추진 ▲법률·심리상담 지원 ▲경매·공매 유예 확대와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피해주택 공공 매입' 같은 보다 강경한 대책을 주장했다.
정부는 야당의 대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국토위에서 정부 공공 매입을 주장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향해 "공공매입을 해도 민사상 우선변제금을 제외하면 매수 대금이 선순위 채권자(금융권 등)에 가게 된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앞서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더 거론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며 야당의 주장과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대책 모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여당의 우선변제권, 야당의 공공매입 주장 모두 피해자가 (피해주택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지속가능성은 물론 (선순위 채권자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피해자들의 손해를 100% 다 보상해줄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피해자, 금융권, 정부가 머리를 맞대 각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빠른 합의를 도출하고, 피해자들이 서둘러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