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내쫓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이 느껴졌어요.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될 생각을 하니, 이직할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10여 년 넘게 CJ ENM에서 근무한 직원 A의 말이다. CJ ENM 직원 사이에서도 애사심이 높은 편에 속했던 그조차 다른 회사로 떠났다. 업계에서는 그의 이직이 CJ ENM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CJ ENM은 경영진의 무리한 판단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작년 커머스 부문의 사업경쟁력 약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자회사 티빙의 사업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손실, 피프스 시즌(구 엔데버 콘텐츠)의 작품 납품 일정 연기 등으로 영업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이에 CJ ENM의 연결 기준 작년 영업이익은 1천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다. 매출은 4조7천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증가했으나 순손실이 1천6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또한 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7% 줄었고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1조4천640억원, 867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프스 시즌 인수가 CJ ENM 자금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작년 1월 CJ ENM은 피프스 시즌의 지분 80%를 9천3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자금 조달 부담에 차입금 4천억원이 연결재무제표에 편입되면서 부담이 늘어났다.
피프스 시즌 인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자 CJ ENM은 구조조정으로 자금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CJ ENM은 작년 말 구창근 대표를 선임해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 구창근 대표는 올리브영과 푸드빌 등 CJ 계열사에서 사업 개편과 인력 감축을 성공적으로 이끈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다. 비록 CJ ENM은 조직개편이라며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ENM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5.79% 하락한 36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엔 미래가 없고 CJ ENM의 행보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임 대표이사 취임 이후 1분기가 끝난 지금까지도 주요 사업 부문의 연간 사업 계획은 구체화 되지 않았다. 연간 이익 가이던스도 부재한 상태다.
대책 없는 CJ ENM의 '나몰라라'식의 경영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곡소리를 내고 있다. 책임지지 않는 오너와 경영진의 행보에 피해를 보는 건 회사에 충성을 바친 직원과 믿음을 담보한 주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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