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의 뱅크런을 촉발한 건 '18억 달러 손실'이었다. 은행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2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자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디바이스 스마트폰과 만나 기폭제가 됐다. 그렇게 SVB는 순식간에 파산했다.
국내 은행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유사한 사태를 겪었다. 당시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를 촉발했던 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었다. 7개 저축은행에서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자본 비율이 급락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 소식을 들은 예금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급히 예금을 찾으며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도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뱅크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금융 규모는 2천696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했다.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2150조5천758억원(2022년)을 넘는다. 이 중 논란이 많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115조5천억원으로 부동산금융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비은행권 중에서도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높은 지대는 새마을금고다. 지난 1월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9.23%로 전달 대비 1.56%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액도 1천111억원으로 전달(602억원)보다 84.6% 급증했다.
부실이 커지자 유동성도 말랐다.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에서 유동성이 100% 이하인 금고는 480곳으로 전체 금고의 37.1%에 달했다. 전체 금고의 3분의 1을 넘는다. 새마을금고 전체 유동성도 108.4%로 저축은행(177.1%), 카드(385.4%), 캐피탈(202.3%)보다 낮다. 금융당국은 2024년 말 상호금융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유동성 비율을 저축은행 수준인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그전까지 상호금융의 유동성 관리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호금융권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의 부보예금 대상도이 아니어서 위기 시 예금자 보호에 취약하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단위 새마을금고가 파산해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중앙회가 기금으로 5천만원까지 돌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기금의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3천858억원으로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인 251조4천209억원의 0.95%에 불과하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약한 고리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한은이 그곳에 돈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데, 유동성을 공급할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2월 말 새마을금고 중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금고는 413곳으로 전년 말 대피 대폭 감소했다"면서 "유동성과 별도로 지불준비금 성격의 상환준비금도 2월 말 13조2천103억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