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린 한국 TV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한 때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는 등 선전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입지가 점차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한 때 상위권 다툼을 벌이던 LG전자는 지난해 중국 TCL에 이어 하이센스에게도 밀려 올해 4위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출하량 기준으로 4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21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이어 연간 기준 2위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중국 TCL에 밀려 3위로 주저 앉은 후 올해는 중국 하이센스에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올해 TV 출하량은 1천900만 대로, 전년 대비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21년 TV 출하량이 2천733만2천 대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무려 833만2천 대가 줄어든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옴디아의 전망이 맞다면 LG전자가 수량 기준 4위로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일 것"이라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중국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매출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LG전자가 매출 기준으로는 올해 2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TV 시장 내 LG전자의 입지가 대폭 줄어든 것은 그동안 주도했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이 많아져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소니가 지난해 QD(퀀텀닷)-OLED 패널을 탑재한 OLED TV를 선보이며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간다는 점에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도 진출에 적극 나서며 OLED TV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지난해 말 기준 21곳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로 인해 LG전자의 OLED TV 시장 내 영향력도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올해 OLED TV 출하량 전망치는 741만 대로 전년 대비 약 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QD-OLED TV는 44만 대에서 106만 대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만 활용하는 LG전자의 올해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 636만 대에서 635만 대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TV 시장 침체 속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LG전자의 설 자리를 좁아지게 한 요소로 지목된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 남미, 아프리카 등 이머징 마켓 위주로 TV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산 중저가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타격을 줬다. 또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삼성, LG 등 한국 업체들의 부진을 중국 업체들이 메우고 있다는 점은 뼈 아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까지 TV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였으나 큰 폭으로 점유율이 줄었고, 2위였던 LG전자의 러시아 TV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21.6%에서 올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전쟁 이후 러시아 현지법인의 생산공장 가동과 판매를 전면 중단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모니터 공장 가동을 멈췄고, LG전자는 같은 해 8월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루자 지역에 가전 및 TV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재가동 여부는 두 업체 모두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
덕분에 한국 업체들의 빈 자리를 차지한 중국 업체들만 신났다. 특히 하이센스는 올해 LG전자뿐 아니라 TCL까지 넘어서 출하량 기준 2위 자리에 처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가 예상한 올해 출하량 기준 TV 업체 점유율 순위는 1위 삼성전자(18.8%), 2위 하이센스(12.6%), 3위 TCL(11.9%), 4위 LG전자(9.2%), 5위 샤오미(6%) 등이다. 일본 소니는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점유율 순위에서 톱5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량 기준에선 이미 중국 샤오미에 밀려 5위권으로 밀려난지 오래됐다. 올해 역시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기타로 분류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부진한 모습으로 한 때 글로벌 시장 절반을 차지했던 한국 업체들의 입지도 급속도로 약화된 모습이다. 두 업체의 출하량 기준으로 한국산 TV가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3.4%, 2021년 32.6%, 지난해 31.3%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LG전자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30%의 벽이 무너져 28%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중국산 TV의 비중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톱5에 있는 중국 하이센스, TCL, 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28.42%에서 올해 30.5%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업체들 외에 스카이워스, 창홍, 하이얼, 콘카, 화웨이 등 다른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까지 더한 중국산 TV의 전체 시장 내 비중은 이미 지난 2019년부터 한국산 TV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 LCD TV란 점에서 물량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LG전자가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섰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과 물량 격차가 확대되면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텃밭'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볼 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부터는 중국 TCL도 OLED TV 판매에 나서는 만큼 삼성, LG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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