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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누가 구현모·윤경림을 낙마시켰나…KT CEO 잔혹사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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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마다 반복되는 정치권 개입...자문사들 "코리아 딥 디스카운트 우려"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지난 22일 "더는 못 버틸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던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결국 KT 대표이사(CEO)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KT 대표에 이어 윤 후보자까지 두 명의 대표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박, 그리고 그 압박을 거들듯이 진행된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이 민간기업 KT의 경영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KT]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KT]

윤 사장이 후보직에서 사임하게 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최근 이사들에게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며 사의를 표명한 점을 미뤄볼 때 전방위적인 외압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CEO 낙마, 구현모·윤경림 뿐?…정권 바뀔 때면 터지는 KT CEO 잔혹사

KT는 정권 교체 시기만 되면 'CEO 리스크'에 휩싸였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는 행태가 반복된 탓이다. 구 대표나 윤 후보자는 그 희생양인 셈이다.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2002년 민영화 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KT CEO를 역임한 이는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 연임 실패는 민영화 초대 대표였던 이용경 전 사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사장은 KT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밝혔으나 2005년 6월16일 CEO 후보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민영화 초대 사장으로 전통을 만들겠다"며 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섰다.

이 전 사장에 이어 2005년 8월 KT CEO에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2월 재선임에 성공하며 KT 민영화 이후 첫 연임 사장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임기 중간인 2008년 11월 납품비리 의혹·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결국 KT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은 KT와 KTF 합병 등 굵직한 승부수를 띄우며 일찌감치 연임을 염두에 두는 행보를 보였다. 2012년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설에 시달렸고 2013년 11월 검찰의 압수수색 끝에 사퇴 선언 수순을 밟았다.

2014년 1월 대표로 선임된 황창규 전 회장은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케이스다. 물론 그도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상품권 깡' 후원을 한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긴 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구 대표와 윤 후보의 낙마는 KT CEO 잔혹사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두 사람 모두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정권 교체 시기마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KT 본연의 경쟁력은 물론, 주주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KT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KT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윤경림 찬성했던 의결권 자문사들도 당혹…"코리아 딥 디스카운트 우려"

구 대표와 윤 후보자는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KT 1대 주주인 국민연금(10.13%,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의 반대 표심 우려와 집권 여당의 반발, 시민단체 고발로 인한 법정 리스크 등을 공통적으로 짊어졌다. KT 개인주주들이 한 목소리로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정치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던 이유다.

이번 사태는 KT 개인주주들의 우려에서 그치지 않았다.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전담으로 하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정치권 등 외풍으로 인한 개입 가능성에 깊은 우려와 아쉬움을 토로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코리아 딥 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행위"라고 강변했다.

민간 상장사의 CEO를 결정짓는 사안에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한다면 어느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믿고 투자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류 대표는 "상장사 CEO는 이사회를 거쳐 주총에서 결정되는 사안인데 과거 공기업이었다는 것 때문에, 통신이 국가 사업이라는 것 때문에 정부가 어떤 입김을 불어넣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 자체를 흔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 선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던 한국ESG평가원도 민간기업 인선에 외풍이 개입하는 것을 경계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외부에서 관료 또는 법조계 출신의 사람을 KT 차기 CEO로 추천해 영입을 시도한다면 전문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내부에서 다시금 선정해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새로 선임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외부 정치인 출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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