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주가 상승으로 지분 40% 확보에 실패했다. 이제 SM과 하이브 양측 모두는 3월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전력을 다 할 예정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의 SM 지분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 28일 SM의 주가는 전일 대비 7천300원(6.07%) 오른 12만7천6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2만원을 하회했으나, 기타 법인의 대량 매수세로 상승 전환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SM의 주가는 10일부터 3거래일만 11만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10거래일 동안은 12만원을 상회했다. 특히 16, 17일에는 13만원을 넘어서며 장을 마감했다.
◆ 기타법인의 대량 매수, 카카오 우군일까
이 기간 동안 기관투자자가 매도한 SM 주식은 2천363억원치다. 기관 가운데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이 932억원, 투자 신탁사는 758억원, 사모펀드는 377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 투자자도 612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개인과 기관 모두 SM 주식을 장내 매도한 것을 두고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참여율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엔, 개인이 장내 매도한 물량을 기관이 사들인다. 개인은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개인이 내놓은 물량을 매수한 후 공개매수에 참여해 1~2% 수준의 차익을 노린다. 그러나 기관투자자가 SM 지분을 장내 매도한 것으로 보아,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는 공개매수의 실패 원인으로 '기타법인'의 비정상적인 주식 대량 매집을 꼽고 있다.
이는 공개매수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지난달 16일에는 한 기타법인이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3천398주)를 매입했고 이날 SM의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13만3천600원까지 치솟았다. 공개매수가 마감된 지난달 28일에도 한 기타법인이 SM 발행 주식 총수의 2.8%(66만6천941주)를 순매수해 주가가 6% 가까이 급등했다.
양일간 SM 주식을 대량 매입한 기타법인은 같은 곳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 법인이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갈등 중인 카카오의 우군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하이브는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거래 정황이 발견됐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한편 공개매수에 참가한 갤럭시아에스엠은 2일 하이브에 SM지분을 넘겼다고 공시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갤럭시아에스엠은 지난달 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SM 주식 23만3천813주(약 1%)를 280억5천756만원에 양도했다.
◆ 남은건 정기주총, 힘 모으는 하이브
하이브는 공개매수 실패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확보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이날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를 오픈하고 'SM 3.0' 새 비전을 제시하면서 의결권 위임을 간곡하게 권유했다.
하이브가 이날 제시한 주주제안 캠페인은 SM 현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SM 현 경영진이 승인한 ▲카카오와의 '부당한' 사업협력계약, ▲단기에 급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SM 3.0' 재무 목표', ▲여론을 호도하는 감정적인 메시지 전략 등을 끊어내고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이브가 SM 사내이사 후보자로 추천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는 "향후 3년간 SM의 당기순이익 30%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주주가치를 균형 있게 제고하는 보상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또 다른 후보자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는 하이브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브가 이수만 씨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일각에서 하이브의 주주제안이 마치 이수만 씨의 제안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주장을 계속 제기하는 쪽은 오히려 SM 지배구조 이슈에 기반한 경영 문제를 초래한 현 경영진들"이라며 "본인들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가처분 소송 결과도 변수…카카오 재등판하나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 대상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소송 결과는 신주 대금 납입일인 오는 6일 전, 이번 주 중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괄은 카카오가 SM 신주와 전환사채를 인수해 지분 9.05% 확보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SM 측은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일 뿐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준다면 카카오가 확보한 9.05%의 지분은 무효화 된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유리한 고지에서 향후 SM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
앞서 카카오는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 "추가 지분 확보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어왔으나, 지난달 2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계약의 효력을 부당하게 흔드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공개매수를 통한 맞대응을 시사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당초 계획처럼 SM 지분 4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당 13만원에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최소 약 1조2천억원이 든다. 카카오는 최근 유치한 중동 국부펀드 투자 등을 기반으로 매수가를 현재 시장가보다 높일 여력은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안는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 있어 투자업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의 현 경영진도 소액주주를 잡기 위해 나섰다. SM 경영진은 주주 서한에서 "카카오의 증자·전환사채 발행은 전략적 협업을 위한 것으로 발행 규모가 9%에 불과해 경영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경영권 인수 시도와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다시 없을 중요한 일"이라며 "주주님들의 이번 결정에 따라 SM의 미래는 아주 크게 달라질 것"이라 호소했다.
그러면서 "올해 주주총회는 지난 십 수년간 이어져 온 SM의 거버넌스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 풀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사로서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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