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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소송참여법', 법사위서 발목…율사 의원 '우려'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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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계·산업계의 숙원…찬반 끝 '법안소위' 계류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가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가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안소위(제2소위)에 계류됐다. 일본, 유럽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변리사의 특허소송 참여 문제를 두고 여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변리사법 개정안의 제2소위 회부를 결정했다. 해당 법안은 변리사가 기존 행정소송 외에 특허침해소송 등 관련 민사소송에서 변호사와의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과학기술계·산업계 일각에서 일찍부터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 왔다.

실제로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변리사에게 특허 관련 소송에서의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17대 국회 시절부터 논의됐지만 번번이 좌초됐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법조계가 민사소송법 87조(소송대리인의 자격), 93조(개별대리의 원칙)을 근거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리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다시 법사위에 올랐으며 벤처기업협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특히 여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출석한 이인실 특허청장을 상대로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민사소송법상 개별대리원칙에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기존 법 원칙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제2소위에 계류해 법무부, 변호사 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하게 되면 2명 이상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야 해 오히려 (소송비용 증가 등으로) 국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역시 계류를 주장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법사위 내 비(非)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법안의 통과를 요청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일본에서도 이미 (변리사의 특허 관련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고 일본 민사소송법과 유사한 한국 민사소송법에 비춰보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17대 국회부터 20년 가까이 논의되는 상황인데 2소위로 보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산자위에 있을 때부터 이 법안을 논의해왔고 실현해 볼 법안이라 생각한다"며 "반대 이유를 보면 (전문직 간의) 이해관계 충돌, 직무 충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저도 판사 시절 경험해봤지만 지적재산권(특허 관련) 소송과 아닌 소송을 구분하기 어렵고 혼동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도 변리사가 공동대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피해를 본 의뢰인들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판사 시절 경험을 들며 "대기업끼리 분쟁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 선임비 증가의 문제가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통과에 대한 정부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통과에 대한 정부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 법사위원들은 이날 출석한 이인실 특허청장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특허청이 정확하게 이 법안의 취지와 쟁점, 현장에서 벌어질 문제 등을 정리해 정확한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며 "법사위는 내용이 아닌 체계·자구를 따지는 곳이다 막연한 이야기를 하니 논의가 진전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특허청장이 장황한 말만 하고 (정확한) 입장이 없다"며 "특허청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특허청장은 변리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특허청은 항상 경제, 산업계, 과학기술계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법조계나 다른 직역단체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특허 부분이 산업과 우리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많기에 유념해서 판단해야 된다"고 밝혔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변리사법 개정안)은 각 직역 간 양보가 필요하고 논의도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조금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2소위로 가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김의겸 의원은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 2소위"라며 "최소한 (논의) 시간을 정해 시간 끌기, 붙잡기 용도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법조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특허변호사회는 지난 20일 법사위 소속 모 의원실에 변리사법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한국청년변호사회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변리사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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