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담배업계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쟁탈전이 전에 없이 격화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한 업계는 기존 연소형 담배수요를 잠식해 가거나 상대방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를 빼앗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G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날(이하 필립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이하 BAT) 등 3사가 잇따라 궐련 전자담배 제품을 선보였다.
KT&G는 지난해 11월 AI를 탑재한 '릴 에이블(AIBLE)'을 출시했다. 주변 온도와 스틱의 습도, 스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차까지 파악해 예열을 최적화해 준다. 하나의 기기로 3가지 전용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필립모리스는 '일루마'와 '일루마 프라임'에 이어 '일루마 원'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담배잎을 가열하는 블레이드를 없애 고장 확률을 낮추고 청소 편의성을 높였다. 또 한 번 충전에 전작 대비 10회 늘어난 20회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배터리 용량을 늘려 휴대성을 향상시켰다.
BAT는 '글로 하이퍼 X2'를 공개했는데 가격을 크게 낮춰 시장 점유율 확대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메탈 재질과 투톤 컬러를 사용해 디자인을 개선하고, 전작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부스트 모드를 강화했다. 제품 가격은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인 4만원으로 책정했다.
국내 담배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업체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내놓으며 격돌하는 까닭은 향후 미래 담배시장이 전자담배로 개편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KT&G가 47%로 국내 1위다. 다만 필립모리스가 지난 1월 서울 지역 점유율을 46.8%까지 끌어 올리며 KT&G를 밀어낸데 이어, 일루마 모델 판매지역을 이달 16일부터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함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11%를 유지하고 있던 BAT도 신제품을 통해 애연가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담배회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통한 미래 매출 목표를 야심차게 세워두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매출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제품 비중을 2025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BAT는 뉴 카테고리 부문 매출 50억 파운드(약 7조 5천억원)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 사용자 5천만 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T&G는 NGP(Next Generation Product) 사업 매출을 지난해 8천700억원에서 2027년 2조8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담배 시장에서 일반 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은 85%에 이른다"며 "일반 담배 사용자에게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저감 효과와 함께 기기의 편의성, 담배의 맛 등으로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시장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해성 저감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있다. 2018년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 발표 이후 정부에서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최근 신제품을 공개하며 "일반 담배와 비연소 제품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성인 흡연자들을 위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비연소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비연소 제품이 미래의 표준이고 일반 담배를 대체할 것이라는데 업계가 동의하고 있다"고 시장점유율을 공격적 으로 확장할 의지를 피력했다.
백복인 KT&G 대표 역시 지난달 "유해성 저감 입증을 위한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에 적극 협력해 전세계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김은지 BAT 로스만스 대표는 이달 "BAT가 추구하는 '더 나은 내일'은 사용자들을 유해성이 저감된 전자담배로 옮겨 가게끔 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일반 담배와 비연소 전자담배 기기 간 유해물질 발생량 차이에 대한 논쟁을 피하며, 우회적 방식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강점을 호소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백영재 대표는 "비연소 전자담배 기기와 일반 담배의 유해물질 발생 차이에 대한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일반 담배에 대한 대안이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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