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강등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신사업 등 대규모 투자 등으로 자금 소요가 크게 늘어나며 재무안정성이 약해진 데 따른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다음달 31일 예정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잔금을 치르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1조3천억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주식 전량(2천457만8천512주)를 산업은행, SC은행 등 금융기관 12개사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기로 했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차입이 3천600억원, 만기 2~5년의 장기 차입이 9천400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인수 금융을 1조7천억원 대로 예상했지만, 4천억원을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면서 1조3천억원을 인수 금융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1조2천15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중 절반가량인 6천5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쓰기로 한 바 있다.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특수관계인 2인이 보유한 지분 53.3%(2천457만8천512주)와 일진머티리얼즈의 종속회사 아이엠지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신주인수권(보통주 506만4천829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금액은 총 2조7천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은 계약 당시 계약금 10%를 지급했고, 남은 잔금 90%를 다음달 31일 납입하면서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소재 사업과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그 일환으로, 이를 포함해 배터리 소재 분야에만 7조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고, 올해 업황 회복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대비 22.9% 증가한 22조2천761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7천54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제품가격 및 수요 감소, 원료가 상승 등 대외 불안정성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부담 등으로 석유화학 업황의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과 중국발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로 차입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부채는 9조5천70억원으로, 지난 2021년(7조4천159억원)보다 28.2% 증가했다. 차입금도 6조1천679억원으로 전년(3조5천479억원)보다 73.8% 급증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한 현금예금은 3조7천245억원으로 전년(4조4천826억원)보다 16.9%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차입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2일 3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최대 7천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오는 7월(2천억원)과 9월(800억원) 만기를 앞둔 회사채 상환과 3월 만기인 기업어음(1천억원) 중 일부(7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쓴다.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부담이 확대되며 현재 'AA+'(부정적)인 신용등급의 하향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현금창출력이 약화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 프로젝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계약금 납부, 롯데건설 자금대여 및 유상증자 등에 대규모 자금이 쓰였다"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안정성도 크게 저하돼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이 발행 예정인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1월 말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3월 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 지급 이후 차입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약화된 현금창출력, 인도네시아 NCC 신설 등 대규모 투자 부담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2021년 말 이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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