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은행은 공공재' 지적으로 비교적 조용히 대책을 마련 중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는 달리, 이복현 원장은 은행에 직접 공적 역할까지 주문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등장부터 정부의 금융권 '빅 스피커(Big speaker)'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은행장들과 만나는 첫 간담회에서부터 "은행권의 지나친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지적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 배경에는 '윤심복심(尹心卜心)'이라고 불릴 만큼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불거진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론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부터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공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이 원장은 지난 6일 열린 금감원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은행법상 은행 역할, 일부 은행이 독과점적으로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이 있다"며 "취임 시점부터 은행에 공적 역할에 그런 입장을 견지해왔고, 대통령 말씀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대통령이 은행을 본격적으로 조이기 전부터, 은행권의 사회적 공헌 노력이 미흡하다고 비판하면서 이익의 3분의 1 정도는 소비자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은행들은 발맞춰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같은 행보 때문인지 금융권에선 김 위원장보다 이 원장이 유독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존재감이 유독 커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 빼닮은 것도 화제다. 문 정부 때도 윤석헌 금감원장의 존재감이 더 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계기로 관치 금융의 폐해를 막겠다고 미국식 독립 금융감독체계를 만들었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게 칼춤 춰줄 현실적 대안은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이라는 점도 다시 증명됐다.
수사로 단련된 검사 출신 금감원장으로선 검사권을 쥐고 있는 금감원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할 아주 적당한 놀이터 같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도 모두 이런 현실을 반영한 촌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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