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천조분의 1초(펨토초)’ 동안에 일어나는 찰나의 변화를 직접 관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이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이 기법을 응용하면 물성의 찰나 변화를 알 수 있다. 차세대 소재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의 극한 시공간 분해능을 활용한 연구는 미래 소재의 개발과 성능 향상을 위해 필수인 구조 동역학적 특성을 실시간으로,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자수준에서 관찰하고 분석해내는 기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이용훈) 화학과 권오훈 교수팀은 국내 유일의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VO2)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femtosecond, 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실·시공간에서 직접 포착했다.
이산화바나듐은 섭씨 68도에서 금속-절연체 상변화 현상을 보여 광학센서와 고속 스위칭 소자 등 차세대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 상변화 과정이 펨토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이미징 기법으로는 나노입자 수준에서 직접 관측이 불가능했다.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은 광전자 펨토초 펄스를 광음극에서 생성하고 높은 에너지로 가속하여 원자 크기보다 짧은 피코미터(1조분의 1 m) 수준의 파장에 도달하면서 높은 시공간 동시 분해능(접근한 두 점이나 선, 변화를 분별하는 능력)을 가진다.
광전자 펄스를 이루는 각각의 전자들은 모두 음의 전하를 띄고 있어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보인다. 이로 인해 광전자 펄스가 현미경의 경통을 지나며 점점 시공간상으로 확산돼 분해능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투과전자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산화바나듐의 상변화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 필터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먼저, 현미경의 카메라에 도달하는 동안 시공간 상으로 확산된 광전자 펄스의 일부를 에너지 필터로 걸러냈다. 이후 걸러 낸 일부의 광전자들로 이미지를 재구성해 펨토초에 이르는 순간 동안의 상변화를 또렷하게 포착해냈다. 이는 에너지가 같은 광전자는 가속 후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물리 법칙을 활용한 결과다.
제 1저자인 김예진 박사(현 캘리포니아공대 박사 후 연구원)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의 시간분해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복잡한 장비 개조 없이도 펨토초 수준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화 과정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선명하게 촬영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권오훈 교수는 “누구나 아는 일반적 물리학 지식을 토대로 펨토초 이미징 기법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첨단 이미징 분야 최초의 연구”라며 “이산화바나듐의 초고속 상변화 현상을 처음으로 실시간 촬영함으로써 물성 제어에 대한 이해도와 소재로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Femtosecond-Resolved Imaging of a Single-Particle Phase Transition in Energy-Filtered Ultrafast Electron Microscopy)는 지난 1월 27일 국제학술지 Science 자매지인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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